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 지역의 주택이 러시아의 야간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숨지고 주민들이 다쳤다. 2024.02.21 /AFPBBNews=뉴스1
당사자의 우려는 더 다급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2주년 다음 날인 지난 25일(각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사자는 3만1000명"이라고 밝혔다. 첫 피해 규모 공개는 미국 등 서방을 향한 추가 지원 촉구와 함께 이뤄졌다.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나 영토 20%(2014년 빼앗은 크름반도 포함)를 점령 중이다. 서방 세력은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군비 지원을 이어가지만, 확전을 경계해 직접 참전은 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실패했고 이 상태로는 협상을 할 수 없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도돌이표 같은 전쟁 2년은 몇 가지 현실을 일깨워준다.
조기 패배 우려를 딛고 우크라이나는 예상보다 잘 싸우고 있다. 서방의 공동 지원이 큰 힘을 줬다. 하지만 높은 외부 의존도와 참전 없는 도움은 한계점이기도 하다. 1월 유럽외교협회 의뢰로 유럽 12개 나라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 승리를 예상한 비율은 10%, 러시아 승리는 20%였다. 가장 많은 37%는 타협을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 가능성은 연대 약화 우려를 키운다. 그의 공화당은 이제 우크라이나 지원을 꺼리고, 퓨 리서치가 작년 말 미국에서 벌인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48%는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트럼프 1기 '미국 우선주의'로 흔들린 미국의 리더십은 연말 대선 이후 더 흔들릴 수 있다. 대만의 걱정은 괜한 게 아니다.
②서방 연대로는 불충분하다.
전쟁 초기 크게 흔들리는 듯했던 러시아 경제는 오래지 않아 중심을 잡았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경제가 올해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1.1%)를 대폭 올렸다. 서방의 제재에도 중국과 인도는 저렴해진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였고,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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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의 주장이 모든 나라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음이, 서방 바깥에도 영향력 큰 나라들이 있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존재감을 키운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들) 역시 전쟁에서 중립 성향을 보인다.
③국제기구에 기댈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절대권력을 가진 러시아를 통제하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도 발발했지만 국제기구는 문제 해결을 주도하지 못한다.
26일 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사실상 확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두 중립국(지난해 핀란드)이 서방 방위 연대에 합류했다. 러시아에 타격이 될 소식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분담금 압박을 이미 시작한 상황에서 나토 등 동맹 기구의 끈끈함도 영구적이진 않다.
지난 2년여 전쟁은 달라진 세계 역학 구도를 보여준다. 연대가 필요하지만 한쪽에 의지해서도 안 된다. 외교력은 더 중요해졌다. 국가가 스스로를 위해 체력 단련도 해야 한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는 방위비로 역대 최대인 3000조원가량 썼다. 모두 아는 바지만 전쟁 상황을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