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전쟁 2년이 남긴 것들

머니투데이 김주동 국제부장 2024.02.28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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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 지역의 주택이 러시아의 야간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숨지고 주민들이 다쳤다. 2024.02.21  /AFPBBNews=뉴스1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 지역의 주택이 러시아의 야간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숨지고 주민들이 다쳤다. 2024.02.21 /AFPBBNews=뉴스1


얼마전 미국 하원의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의원은 여야 의원 몇 명과 대만을 방문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당시 이들을 만난 대만 관료들은 중국의 공격이 있을 경우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에 대해 여러 번 물었다고 한다. 갤러거 의원은 "대만은 우리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멀어질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했다. 대만의 미국에 대한 의심과 불안감이다.

당사자의 우려는 더 다급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2주년 다음 날인 지난 25일(각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사자는 3만1000명"이라고 밝혔다. 첫 피해 규모 공개는 미국 등 서방을 향한 추가 지원 촉구와 함께 이뤄졌다.



약 2년 전인 2022년 초,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경고했다. 침공 직전에도 미·러 사이 회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세력의 독립을 승인한 이후 취소됐다. 곧이어 "설마" 했던 침공은 사실이 됐다.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나 영토 20%(2014년 빼앗은 크름반도 포함)를 점령 중이다. 서방 세력은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군비 지원을 이어가지만, 확전을 경계해 직접 참전은 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실패했고 이 상태로는 협상을 할 수 없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도돌이표 같은 전쟁 2년은 몇 가지 현실을 일깨워준다.



①연대의 힘은 크다.
조기 패배 우려를 딛고 우크라이나는 예상보다 잘 싸우고 있다. 서방의 공동 지원이 큰 힘을 줬다. 하지만 높은 외부 의존도와 참전 없는 도움은 한계점이기도 하다. 1월 유럽외교협회 의뢰로 유럽 12개 나라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 승리를 예상한 비율은 10%, 러시아 승리는 20%였다. 가장 많은 37%는 타협을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 가능성은 연대 약화 우려를 키운다. 그의 공화당은 이제 우크라이나 지원을 꺼리고, 퓨 리서치가 작년 말 미국에서 벌인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48%는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트럼프 1기 '미국 우선주의'로 흔들린 미국의 리더십은 연말 대선 이후 더 흔들릴 수 있다. 대만의 걱정은 괜한 게 아니다.

②서방 연대로는 불충분하다.
전쟁 초기 크게 흔들리는 듯했던 러시아 경제는 오래지 않아 중심을 잡았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경제가 올해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1.1%)를 대폭 올렸다. 서방의 제재에도 중국과 인도는 저렴해진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였고,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댔다.


미국 등 서방의 주장이 모든 나라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음이, 서방 바깥에도 영향력 큰 나라들이 있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존재감을 키운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들) 역시 전쟁에서 중립 성향을 보인다.

③국제기구에 기댈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절대권력을 가진 러시아를 통제하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도 발발했지만 국제기구는 문제 해결을 주도하지 못한다.

26일 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사실상 확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두 중립국(지난해 핀란드)이 서방 방위 연대에 합류했다. 러시아에 타격이 될 소식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분담금 압박을 이미 시작한 상황에서 나토 등 동맹 기구의 끈끈함도 영구적이진 않다.

지난 2년여 전쟁은 달라진 세계 역학 구도를 보여준다. 연대가 필요하지만 한쪽에 의지해서도 안 된다. 외교력은 더 중요해졌다. 국가가 스스로를 위해 체력 단련도 해야 한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는 방위비로 역대 최대인 3000조원가량 썼다. 모두 아는 바지만 전쟁 상황을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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