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중, 8조 사업 입찰제한 면했다…하반기 차기 구축함 경쟁 시작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4.02.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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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K-방산 성장 기여, 최선을 다하겠다"
한화오션 "재심의 촉구"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사진제공=HD현대중공업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 논란이 있었던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의 입찰 제한 제재를 피했다. 총 사업비 규모가 8조원에 이르는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건조 사업 입찰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방사청은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 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입찰제한이나 과징금 등 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상 심의 결과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또는 과징금 등의 처분 △처분 면제 및 행정지도 △심의 보류 △각하 등으로 나온다.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 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방사청 심의의 핵심으로 꼽혔던 임원 등 윗선의 조직적 지시 여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방사청은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보았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2015년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하고 누설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일부는 징역 1~2년, 일부는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직원 9명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약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건조사업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 이번 심의는 해당 기밀 유출 건이 KDDX 사업 입찰 자격을 부여하는데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열렸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HD현대중공업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2012~2015년 발생한 일인 만큼 법적 제척기간인 5년이 지나 제재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유출 사고로 방사청 보안규정에 따라 2025년 11월까지 보안감점(1.8점) 적용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과도한 감점'이라며 법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각각 가처분 신청과 고충민원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초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이 부정당 업체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는 경우 규정상 최대 5년까지 관련 사업 입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심의 결과는 '행정지도 의결'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사청의 판단을 존중하며, 국내 함정산업 발전과 수출 등 K-방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방사청의 결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열릴 KDDX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방사청은 올해 1조원 이상의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 입찰을 열 전망이다. 국내에서 해군 작전 투입 요건을 갖춘 군함을 개발·제조할 역량을 갖춘 조선사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곳뿐이다.

일각에선 하반기 경쟁에서 HD현대중공업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방사청 개청 이래 함정 사업에서 기본설계를 수행한 사업자가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도 맡았기 때문이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이 받는 1.8점의 감점은 여전히 불리한 부분이다. 방사청의 함정산업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는 대부분 1점 미만으로 승패가 갈린다. 지난해 7월에는 경쟁상대인 한화오션에게 해군 차기 호위함인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불과 0.1422점이라는 점수 차이로 내줬다.

한편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로 간주하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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