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사진=남미래
이는 일견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이기에 유의미한 매출이나 이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사업을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피버팅을 하게 마련이다. 오히려 사업에 대한 가설과 시장의 반응에 따라 빠르게 사업모델을 진화해 나가는 것이 스타트업의 요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사업의 진화를 이끌어가는 창업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벤처투자가 그토록 어려운 업인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파악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현재 모습을 파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벤처투자라는 것은 미래에 이 사람이 훌륭한 기업가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델은 명시적인 기준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또는 '감' '통찰력' 정도로 표현되기도 한다. 모든 벤처투자자는 저마다의 이런 모델을 몇 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필자도 몇 가지 명시적인, 혹은 감각적인 모델을 조금이나마 갖추게 된 것 같다.
필자는 샘 올트먼이 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최근에 읽었다. 오픈AI를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되기 전에 그는 실리콘밸리의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는 창업자를 만날 때 스스로에게 2가지 질문을 한다고 했다. 바로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와 "이 사람이 산업을 장악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였다. 이 질문을 읽고 나는 무릎을 쳤다. 내가 많은 창업가를 만나고 경험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놓은 모델을 명문화해놓은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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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필자는 전자의 질문을 무의식적으로 많이 한다.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는 간단하지만 실은 꽤 심오한 질문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고를 때 우리는 단순히 그 사람의 사업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철학, 태도, 인성, 인간적인 매력 등 이성적, 감성적 측면을 무의식적으로 모두 고려하게 된다.
더 나가 추후 이 팀을 만난 인재들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창업가는 좋은 인재들과 좋은 팀을 꾸릴 수 있다. 자기보다 더 우수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끌어오는 것이 대표자의 역할임을 생각한다면 이는 결국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이다.
기업문화에 대한 명저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소위 '케미'가 넘치는 조직을 만드는 비결의 하나는 바로 팀원을 뽑을 때 단순히 실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나도 그러한 창업가에게 투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