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왕좌' 노리는 삼성전자, '초격차' 승부수 통할까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4.02.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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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AI시대 '핫템' HBM, 2라운드 승자는 누구③

편집자주 영원한 '형님'은 없다. 1인자 삼성전자와 후발주자 SK하이닉스·마이크론 구도는 옛말이 됐다. AI 열풍이 몰고 온 HBM 바람엔 SK하이닉스가 먼저 탑승해 앞서 나가고 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HBM이 가져온 메모리 빅3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개발 개요/그래픽=이지혜삼성전자 36GB HBM3E 12H 개발 개요/그래픽=이지혜


삼성전자가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하며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HBM3E 12H(12단 적층)부터 '게임의 방식'을 바꾸겠다고 벼른다. 그동안 축적한 양산 노하우와 혁신적인 D램 적층 기술,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 역량을 앞세워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치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인 성공 공식인 '초격차' 전략을 이번에도 구사한다. HBM3E는 지금까지 실전에 적용 사례가 없는 최신 HBM이다.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내놓을 예정인 H200 텐서 코어 GPU는 24GB HBM3E 8H를 탑재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신 제품에 탑재될 사양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제품(36GB 12H)을 앞서 내놓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상반기 양산한다. 당장 손익 계산에 몰입하기 보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기술 리더십을 주도하겠다는 담대한 도전이다.



시장 변화 대응이 늦었던 대가는 혹독했다. 지난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BM 4세대(HBM3) 시장이 열렸지만, 엔비디아의 AI용 반도체 'H100'에 탑재되는 HBM3를 사실상 독점한 SK하이닉스의 독주를 바라만 봐야 했다.

본래 삼성전자는 HBM 강자였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2016년 업계 최초로 HPC(고성능 컴퓨팅) 향 HBM 사업화를 시작하며, AI 메모리 시장을 개척했다. 2017년에는 업계 최초로 8단 적층 HBM2(2세대)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당시 가장 빠른 메모리인 GDDR5 보다 8배 빠른 속도를 제공했다. 이후 초당 최대 460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3세대 HBM2E를 내놨고, 삼성전자는 HBM2와 HBM2E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HBM3(4세대)부터 스텝이 꼬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HBM에 집중하기 보단 다양한 미래 메모리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들어서야 HBM3 양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시장의 변화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 1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챗GPT가 등장하고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들이 노멀 서버 투자를 줄이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에 투자를 늘렸을 때 한정된 예산 탓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노멀 서버 투자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고 썼다. 경 사장은 "컴퓨팅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5세대 HBM3E 8H(8단 적층)를 공개했다. HBM3에서의 실기(失期)를 HBM3E에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일단 양산에선 SK하이닉스가 앞섰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번 HBM3E 12H 개발로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HBM3에서의 12H 양산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적층 기술력 등을 통해 HBM3E 12H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다른 경쟁사보다 월등한 캐파(CAPA·생산능력)를 갖췄다는 점도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HBM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올해 작년 대비 2.5배 이상 캐파를 확보해 운영할 계획이다. 칩 적층에 필요한 TSV(실리콘 관통전극) 공정 캐파 역시 삼성전자가 경쟁사를 앞선다. 업계 관계자는 "월등한 캐파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성능과 수율만 제대로 확보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전체 HBM 판매 수량에서 HBM3와 3E가 올 상반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반기에는 90%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로직칩을 추가해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맞춤형 HBM'이 대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파운드리, 시스템LSI, 패키징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의 '종합 반도체' 시너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시장에서 '역전'을 노린다. 삼성전자는 2025년 HBM4 샘플을 내놓고 2026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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