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서별 집회 신고 현황/ 그래픽=이지혜
대한민국 집회·시위(집시)를 보려면 고개를 들어 용산을 보면 된다. '집시 1번지'란 수식어는 이제 서울 종로에서 용산으로 넘어갔다. '시위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용산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는 필수코스가 됐다.
용산에서는 하루에 집회·시위가 16.8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용산과 종로, 서초에 이어 경찰서별로 △남대문 3016건 △영등포 2385건 △강남 1369건 △마포 1290건 △성동 1113건 순으로 지난해 집회·시위가 열렸다.
서울 용산구 집회 신고 현황 / 그래픽=조수아
종로가 집시 신고건수 1위 자리를 내준 건 작년이 처음이다. 지난해 용산이 80.4% 늘어나는 기간 종로는 오히려 15.6% 줄었다. 종로의 시위 수요가 용산으로 이전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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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청와대 인근에서는 집회·시위를 여는 게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대통령실 지척에서도 시위와 행진을 벌일 수 있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제11조 3호에는 대통령 관저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선 옥외집회·시위를 못하도록 명시됐다. 대통령의 원활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 보호를 위해서다.
청와대 시절에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있던 인근에 집회·시위를 여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이 관저와 분리되자 집시법의 허점이 생겼다. 대통령 관저는 집무실과 다르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시위를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직 대통령' 집무실+'전직 대통령' 사저, 집시 금지 개정안…'4월 총선' 앞둔 여야 나몰라라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 의사들이 이달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해 마무리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야당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벌어지는 집회로 홍역을 치르는 와중에 개정안 논의는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이후 개정 논의는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5월말까지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 집무실이 아닌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도 집회가 자유로워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는 2022년12월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11조 제3호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에 대해 예외조항 없이 모든 집시를 금지해선 안 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대안법을 올해 5월31일까지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으면 집시법 제11조 제3호의 법 효력은 사라지게 된다.
이에 국회에는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도 시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행안위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6월1일부터는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시위를 제한할 근거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