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서울대병원 전용 구급차 1대를 제외하고 주차 자리가 텅 비어있다./사진=김미루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1년 차 사설구급대원 김모씨는 응급실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제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대기 중인 구급차는 없었고 병원 전용 구급차 1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 20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119 구급차와 사설 구급차 6대가 줄줄이 대기했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노원구 지역응급의료센터인 상계백병원 응급의료센터 상황도 유사했다. 1시간 동안 환자 이송을 위해 병원을 찾은 구급차는 단 1대 뿐이었다.
서울 노원구 소재 사설구급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에서 "응급실에 병상이 있어도 의사가 없으니 아예 (환자를) 받지 않는다"며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종합병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 환자 중 시술을 위해 응급실에 방문하는 분들도 많은데 응급실 수용이 안 되니 못 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소아 의료공백도 심화하고 있다. 이날 응급의료포털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소아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는 대형병원들이 다수 있다. 경희대병원은 당직 의사 부재로 응급실에서 소아과 진료가 불가하다. 건국대병원도 소아과 전공의 부재로 일부 중증소아환자 수용이 곤란하다고 공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오전 9시~오후 10시 이외 시간 응급실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보지 않는다. 상계백병원과 강동성심병원, 노원을지대병원 등의 응급실도 각각 평일 야간과 휴일에는 소아과 환자를 받지 않는다.
실제 응급실에서 소아가 진료를 보지 못한 사례가 있다. 한 부모는 "아이가 갑자기 자다가 토하고 배 아프다 해서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 갔는데 파업해서 의사가 없다고 해 약만 받고 진통제 주사 하나 맞고 왔다"며 "이러다 응급으로 가서 죽는 사람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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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수술이나 항암 치료가 밀린 사례도 있다. 김모씨는 지난달 태어난 아들의 요도하열 수술이 당초 오는 10월 예정돼 있었는데 수술 일정 지연 연락을 받고 병원 측에 항의했다. 김씨는 "요도하열은 남아에서 요도 입구가 귀두 끝 부분에 위치하지 않고 아래쪽에 있는 것으로 돌 이전에 치료하는 것이 권장되는데 자칫 일정이 지연돼 치료 시기를 놓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중증 소아환자의 경우 인력 부재로 사망에 이를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인공 심폐순환기를 돌려야 하는 소아 중환자들은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만 진료가 가능한데, 대학병원에서 해당 진료를 전공의하고 전임의에 의존해왔고 지금은 그 인력이 빠져나가 생명이 경각에 달린 소아들은 사망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