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구조조정 한파에 국내기업도 '조직 슬림화'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02.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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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바이오 '구조조정' 계속…생산시설도 '셧다운'
업계 "작년보단 낫겠지만…투심은 아직 정체"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제약·바이오 업계에 경기 '회복 신호'가 켜졌지만 바이오벤처를 비롯해 빅파마 화이자와 로슈 등에서도 감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얼어붙은 투심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만큼 국내 기업도 '조직 슬림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현재까지 약 3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에서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바이오스페이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기업 어댑티브 바이오테크놀러지는 "전략적 검토의 일환"이라며 2022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최근 전체 인력의 6.7%를 감원했다. 유전자 치료제 기업 링 테라퓨틱스도 전체 인원의 약 20%인 19명의 인원을 정리했다. 세포 미세환경을 조절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소나타 테라퓨틱스는 전체 직원 63명의 3분의1에 달하는 21명을 감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빅파마에서도 감지된다. 미국 주정부 EDD(고용개발부) WARN(근로자 조정 및 재교육 통지)에 따르면 노바티스 산하 기업 산도스는 노스캐롤라이나 윌슨에 있는 이온랩스 생산시설을 오는 10월4일 폐쇄하고 213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다. 노바티스는 과거 독일 제약사 헥살과 헥살의 미국 자회사 이온랩스의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화이자는 사우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운영 시설 직원 52명을 지난 12일 해고했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제품 판매 급감에 따라 올해까지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의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지역별 희망퇴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지사도 본사 인원 감축 대상이다. 한국화이자에는 약 450명 직원이 근무 중이며, 현재 일부 인원에 대한 희망퇴직 관련 논의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감원 인력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치 등 상세 내용은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로슈 역시 본사 제품개발 부문 인력의 6%에 달하는 345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로슈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실제 감원 규모는 345명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역시나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로슈의 경우 본사 감원 계획이 한국 지사에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전해진 소식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로슈 감원 관련 반영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품개발 파트의 경우 로컬 조직 내에선 비중이 크지 않다 보니 (감원한다고 해도) 한국 내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복 신호가 감지되는 올해에도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인력 감축 소식이 들려오면서, 국내 기업 역시 지난해에 이어 조직 슬림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실적 악화와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기업 역시 조직을 축소하거나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 비용 절감에 나선 바 있다.

업계에선 제약·바이오를 향한 투심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이러한 분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VC(벤처캐피탈) 입장에선 제약·바이오 분야처럼 기업 상장도 어렵고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도 부족한 곳에 굳이 투자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며 "재무적으로 탄탄하지 않으면 기술이 있어도 투자받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직원들은 대거 내보내는 기업들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 VC에 자금이 많이 풀려야 하는데 투자 유치가 잘 안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인력이 줄어든 기업들이 많다"면서도 "제약·바이오 같은 성장주는 미국 금리와 맞물리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올해는 자금 조달 사정이 개선돼 침체기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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