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편으론 새로운 SF/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에 대한 목마름까지 시원하게 해소한다. ‘스타워즈’와 ‘반지의 제왕’은 OTT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프리퀄 ‘신비한 동물사전’이 4편으로 막을 내리면서 ‘해리 포터’는 드라마 리부트를 준비 중이다. 무려 13년 만에 2편으로 돌아와 모처럼 SF 대작 시리즈의 물고를 튼 ‘아바타’는 2025년 말에 3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틈에서 ‘듄’은 2021년 개봉한 파트 1에서 SF 걸작 시리즈가 될 만한 조건과 가능성, 흥행을 입증했다. 영화를 파트로 나눴기 때문에 절반의 평가를 남겨둬야 했고, 관객의 갈증도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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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미 전작들을 21세기 걸작 목록에 올린 인물이다. 종교와 전쟁이 남긴 충격적 비극을 그린 ‘그을린 사랑’(2010),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은 범죄 스릴러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2015), 원작과 스타일을 확장한 두 편의 SF ‘컨택트’(2017)와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지금까지 작품 세계가 집결된 ‘듄: 파트 2’를 보면 이 영화들이 초석처럼 여겨진다. ‘듄’으로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총력을 다해 자신의 세계관을 덧씌운 ‘듄’의 은하제국을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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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서사를 보여주면서 영웅주의, 종교와 정치의 결합을 경고하는 ‘듄’의 주제 의식은 파트 2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귀족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후계자에서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사막 부족 프레멘의 일원이 된 주인공 폴(티모시 샬라메)은 스스로 메시아가 되어 제국 왕좌에 오르는 길을 택한다. 미래를 내다본 폴의 고뇌와 자신이 속한 종교 집단 베네 게세리트를 증오하는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의 권력 야욕이 팽팽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폴의 환영 이미지 연출도 훌륭하지만, 어머니에서 대모로 거듭나는 레베카 퍼거슨의 복합적인 연기는 전편보다 훨씬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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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멘 훈련을 받는 폴이 거대한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에 올라타는 장면은 ‘듄: 파트 2’의 최고 볼거리다. 감독이 “1년 넘게 테크닉을 구상했다”는 장면 설계도 압권이거니와 폴과 함께 모래 폭풍 속에서 모래 먼지를 들이마시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속도감이 엄청나다. 전편보다 늘어난 액션 장면들도 기대에 부응한다. 전투 신, 군중 신, 검투 신, 우주선 신 등 지금껏 블록버스터에서 익히 보아온 장면이라 해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스타일이 더해져 천지 차이를 만든다.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원작 1권의 내용을 파트 1, 2에 영리하게 재배치하고 각색의 묘를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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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데이야와 더불어 오스틴 버틀러와 플로렌스 퓨가 합류해 젊은 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것도 ‘듄’ 시리즈의 강점이다. 파트 1,2를 합쳐 젠데이야는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다. 오스틴 버틀러는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조카이자 후계자 페이드 로타로 등장해 메인 빌런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수행한다. 원작 묘사와 다른 백색 민머리 분장도 공포스럽지만 사납고 탐욕스러운 인물의 성격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1편의 빌런인 하코넨 남작에 버금가는 젊은 빌런의 등장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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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 시리즈는 2부작으로 계획했으나 지금은 3부작을 확정한 상태다. 파트 3에선 원작 소설 2편 ‘듄의 메시아’를 다루게 된다. 황제가 된 폴 무앗딥의 이야기로 이룰란 공주와 베네 게세리트 집단의 계략, 1편에서 활약한 던컨 아이다호(제이슨 모모아)의 부활 등 아직 더 영화로 만나고 싶은 사건과 인물들, 이야기가 가득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마지막 ‘듄’ 시리즈를 언제쯤 들고 올지, 어떤 볼거리로 최상의 시네마적 체험을 선사할지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가득 찬다. 지금은 ‘듄친자’가 되어 열광할 시간이다. 기꺼이 동참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