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신설 지주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기존 지주회사인 ㈜효성은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으로 구성된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포함한 신설 지주를 맡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그룹이 미래에 불거질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의 싹을 비교적 깔끔하게 잘 정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4년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조현준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후 경영권 분쟁 우려에 시달려온 효성그룹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첫째와 셋째가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나눈 모양새다. 각자 사업에 대한 지분 정리를 거쳐 계열을 분리해 사업을 따로 운영할 게 유력하다.
조현준 효성 회장(좌측)과 조현상 효성 부회장
조현상 부회장의 신설 지주회사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가 보다 공격적이다. 중심은 효성첨단소재다. 효성첨단소재는 '슈퍼섬유'로 각광 받고 있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현재 연산 9000톤 규모인 탄소섬유 생산능력의 경우 2028년까지 2만4000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는 가볍고 강도가 뛰어나 전기차 타이어코드, 우주·항공 사업 관련 소재로 쓰인다. 통합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솔루션 전문 기업 HIS를 통한 AI(인공지능)과 빅테이터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두 지주회사 간 협업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효성티앤씨의 나일론 라이너 소재와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를 활용하면 수소연료탱크를 만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현준 회장이 '수소'를, 조현상 부회장이 '탄소섬유'를 가져간 게 사업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안정 속에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게 조 회장의 과제고, 모빌리티 위주 미래 사업 대응이 조 부회장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