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에 K-배터리의 '목줄'이 안 잡히려면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2.26 07:07
글자크기
포스코퓨처엠 세종 음극재공장포스코퓨처엠 세종 음극재공장


"가장 약한 고리요? 당연히 음극재죠."

K-배터리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답이다. 이차전지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동박) 중 가장 외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복수의 국내 기업들이 달라붙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다른 소재들과 달리, 음극재는 거의 포스코퓨처엠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극재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나라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 주 원료인 흑연의 중국 생산 비중은 80%에 달한다. 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 부문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80% 이상인 이유다. 원료를 독점하고 있고, 인건비뿐만 아니라 전기료까지 싸기 때문에 애초에 게임의 룰이 중국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 다른 국내 기업들은 사업에 뛰어들 엄두도 못 내왔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퓨처엠은 14년째 뚝심 있게 음극재 사업을 밀고 있다. 2030년까지 지금의 4배가 넘는 37만톤의 음극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중국산 흑연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계속한다. 천연 흑연의 경우 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 제철소에서 나온 콜타르를 가공해 만든 침상코크스를 원료로 한 인조 흑연 생산에도 나섰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결국 가격 경쟁력이 문제다. 최근 포스코퓨처엠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음극재 기업들이 '가격 후려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단가를 파격적으로 낮춘 제품을 대거 풀어 경쟁사를 고사시킨 뒤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이 음극재 전선에서 후퇴한다면 K-배터리는 중국에 목줄이 잡히는 꼴이 된다. 중국이 흑연과 음극재를 무기화했을 때 기댈 구석이 없게 된다. 다행히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는 최근 음극재 사업에 대해 "우리 회사가 아니면 할 곳이 없다"며 "국가를 위해서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전선을 지키는 장수를 외롭게 해서는 안 된다. K-배터리의 아킬레스건인 음극재를 홀로 지키고 있는 기업에 대한 확실한 지원이 필수다. 정부는 최근 포스코퓨처엠에 대한 금융·세제, R&D 지원을 거론했다. 말뿐인 약속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기자수첩] 중국에 K-배터리의 '목줄'이 안 잡히려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