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저탄소 기술 확보와 빅데이터

머니투데이 김성우 김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2024.02.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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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국제 로펌 화이트앤드케이스(White & Case)에서 전 세계 29개국 투자회사 및 에너지기업 고위경영자 총 5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앞으로 18개월 내에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이냐는 질문에 '탈탄소·저탄소기술' 응답이 42%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2년간 예상치 못한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투자 방향이 유효할지 궁금했다. 마침 지난해 9월 영미 로펌인 '웜블본드디킨슨'(Womble Bond Dickinson)이 유사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0%가 최근 1년간 탈탄소기술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거나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 전략을 개편했다고 답했다. 저탄소기술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재생에너지, 전기화, 에너지효율, 수소, 탄소제거 등 다양한 기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고객사의 저탄소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저탄소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규제 및 국내외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기술투자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유난히 선거가 많은 올해 불확실성은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고려해야 한다. 200만건이 넘는 전 세계 기후기술 특허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것이다. 전체 기술 정보의 80% 설명력을 갖고 있는 특허 데이터 분석에 논문이나 전문가 인사이트를 보완하는 특허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망기술 선별, 경쟁사 기술전략 벤치마킹, 투자대상 선정, 기술가격 및 리스크 검증 등을 수행하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탄소포집기술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 수'(量)와 '특허 품질지표'(質)를 연도별로 도출해 탄소포집기술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원천기술과 개량기술 중 어느 쪽 개발이 주로 이뤄지는지를 추론해볼 수 있다. 일부 기술의 특허 품질이 특정 시점 이후 급격히 높아지면 유망 세부기술 방식이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남들보다 앞서 좋은 투자 대상 기술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모 기업 M&A(인수·합병)팀의 경우 글로벌 기업과의 인수협상이 기술가격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특허 빅데이터를 통해 유사기술을 보유한 3개 회사를 찾아 협상교착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 또 모 기업이 인수하려는 기술회사를 특허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핵심 엔지니어들이 퇴사해 경쟁사에서 R&D(연구·개발)를 하는 점을 밝혀낸 사례, 생각지도 못한 2차 벤더(공급사)가 무단으로 기술을 유용하고 독자 IP(지식재산권)를 생산하면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잠재 리스크를 발견한 사례도 있다. 자사의 나노섬유기술을 수처리사업에만 활용하던 기업이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스터빈, 접착제, 가열기 등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한 사례도 있다.

현재의 초불확실성 속에서도 저탄소기술 확보를 해야만 하는 우리 기업에 특허 빅데이터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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