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일자리 만들자"…중국 해상풍력 '신바람' 낼 때 한국은 제자리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4.0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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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그린비즈니스 '쩐의 전쟁': 해상풍력 (下)

편집자주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7배 급성장이 예상되는 해상풍력 시장. 중국이 최근 3년새 전세계 공급망을 장악하며 유럽을 추월했고, 대만·베트남·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해상풍력 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한국은 제도 부족 등으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유럽의 대형 개발사들은 한국의 공급망·전력수요를 근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지만 정책 방향 불확실 등으로 투자가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해상풍력 시장 형성이 늦춰지는 데 따른 기회비용을 짚어본다.

한번 지으면 25년…일자리 만드는 '바람'
해상풍력 발전이 경제적으로 일으키는 대표적인 순기능은 일자리 창출이다. 에너지전환에 앞선 유럽에서 해상풍력 발전이 정치·사회적 호응을 얻은 이유도, 중국 지방정부들이 해상풍력을 키운 배경 중 하나도 일자리다. 새로운 에너지원 중에서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전(全)주기가 30년 이상으로 길어 장기 일자리를 만들고, 공급망이 방대해 다양한 제조업·서비스업 일자리를 창출한다.

"25년 일자리 만들자"…중국 해상풍력 '신바람' 낼 때 한국은 제자리


◇1GW 해상풍력 단지 건설에 1만명 일자리 창출



한국 풍력산업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세부분류'에 따르면 해상풍력단지 전주기는 △단지개발(유럽기준 약 3~4년, 한국은 인허가에 2년 이상 더 소요) △구매 및 제조(약 2년) △설치 및시공(약 2년) △운영 단계(20~25년)로 구분된다.

이 중 구매·제조에선 풍력터빈, 하부구조물, 변전소 등을 만드는 제조업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사업비가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설치·시공 단계에서는 터빈, 하부구조물, 해상변전소 등을 설치하고 설치선과 배후항만 건설, 운영 등이 진행돼 일자리 창출 규모가 더 커진다. 해상풍력단지가 완공된 뒤 일반적인 운영기간은 20~25년인데, 이 기간엔 장기적인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게 특징이다. 운영 및 유지보수(O&M)를 위한 전문 서비스 시장, O&M 전용 항만 등의 일자리 등이 있다.



물론 일자리 창출규모는 풍력단지의 용량에 비례한다. 해상풍력을 가장 앞서 도입한 국가인 덴마크의 경우 1GW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시 전주기에 걸쳐 약 1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온 것으로 추산 된다. 유럽 최대 배후항만 도시 덴마크 에스비에르시 항만청에 따르면 1GW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개발(323명), 풍력 터빈 제조(2818명), 터빈 외 발전단지 구성요소와 시스템 제작(1818명), 설치(959명), O&M(2656명), 해체(876명)의 고용을 일으켰다.

에스비에르 항만에 놓인 풍력터빈 블레이드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에스비에르 항만에 놓인 풍력터빈 블레이드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풍력단지 유지 서비스, 배후항만 등 새로운 일자리 생길수도


영국 해상풍력 산업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제조·건설을 제외하고 13.5GW 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운영으로만 3만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제조업 기반이 약한 영국에서는 해상풍력 단지에 쓰이는 구성요소를 대부분 수입하는데, 제조업 기반이 있어 국내 생산이 가능한 한국의 경우에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해상풍력이 배후항만과 특수선박 등 한국에 없던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예스퍼 뱅크 에스비에르 항만청 CCO(최고사업책임자)는 지난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해상풍력 일자리와 관련, "해상풍력 발전소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 보다 공급망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 공급망에서 가장 큰 일자리 중 하나가 특수 선박에 대한 서비스 등 서비스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했다.

자연환경상 풍력단지가 들어서는 곳이 도심과 떨어진 지역이라 산업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의 균형 발전에 일조한다는 효과도 있다. 영국산업연맹(CBI)은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풍력단지 등이 많은 스코틀랜드 북동부 지역의 총부가가치(GVA) 중 탄소중립 경제 비중(7%)이 런던(3.1%)을 웃돈 점 등을 가리키며 저탄소 경제로의 산업 변화가 "지역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기회"라 짚었다.

유럽 제친 중국·앞서가는 대만…한국은 '제자리'

"25년 일자리 만들자"…중국 해상풍력 '신바람' 낼 때 한국은 제자리
해상풍력은 육상풍력·태양광에 비해 대규모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산업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에 유럽·중국 당국이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전력원으로 부상했다. 특히 불과 2~3년새 중국이 공급망 병목에 직면한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해상풍력 시장이 됐다. 전세계가 시장 점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발전용량 기준으로 '제자리'다.

◇글로벌 해상풍력, 2022년 64.3GW→2032년 447GW 성장 전망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전세계에서 각각 21.1GW(기가와트), 8.8GW의 신규 해상풍력이 설치되며 해상풍력 누적용량이 64.3GW로 늘어났다. 아직 풍력 발전의 대부분은 육상풍력이라 해상풍력 비중은 전체의 7%다. 그러나 2016년 한 해 2.2GW 증가했던 전세계 해상풍력 신규설치 규모가 2021년 10배로 늘어나는 등 성장 속도가 빠르다.

GWEC은 10년간(2023~2032년) 380GW의 해상풍력이 신규 설치돼 2032년 누적용량이 447GW로 늘어날 걸로 전망한다. 국제 재생에너지기구(IRENA)도 2030년 해상풍력 누적용량을 500GW로 본다. 주요7개국(G7)이 2030년까지 총 150기가와트(GW)의 해상풍력을 설치하겠다고 공표하는 등 전세계 주요국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해상풍력 신규 설치를 늘리기로 하면서다. IRENA가 전망한 2050년 해상풍력 누적용량은 2500GW에 달한다.

2010년대 해상풍력 성장을 유럽이 주도했다면 최근 2~3년간의 성장동력은 중국이다. 중국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16.9GW, 5GW의 해상풍력을 신규 설치했다. 그 해 전세계에서 늘어난 신규 해상풍력 발전의 80%, 57%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이 결과 중국은 2022년 전세계 해상풍력 생산의 49%를 담당하며 유럽(47%)을 앞질렀다. 2020년만해도 유럽(80%)의 비중이 중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불과 2년 새 역전됐다.

사진=권다희 기자 사진=권다희 기자
◇대만도 해상풍력 '속도'…한국은 제자리걸음

중국 중앙당국이 해상풍력 보조금 지급을 2021년 말 중단했지만, 중국 지방 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 방편으로 해상풍력 발전시설 설치에 열중하며 이뤄진 결과다. 중국은 철강부터 터빈 생산까지 공기업 주도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절감을 이루고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유럽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병목으로 건설 속도가 늦춰진 동안 이런 영향을 덜받는 중국의 해상풍력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중국의 압도적인 비중으로 아태 지역(34GW, 53%)은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해상풍력 시장이 됐다. 대만(1.17GW),일본(0.84GW)이 2022년 신규 해상풍력을 설치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고 호주도 2022년 해상풍력 계획입지법을 제정하는 등 적극적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지렛대로 부유식 해상풍력 등 차세대 해상풍력 분야에서 점유율을 늘리려 한다. 반면 한국의 2022년 신규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제로'다.

중국의 공급망 장악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각국의 산업정책도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GWEC은 "유럽이 향후 10년 이내에는 해상 풍력 에너지 발전 측면에서 중국을 앞지르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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