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3인 '동시교체'…과기정통부, 정책·인물 쇄신 '가속화'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변휘 기자 2024.02.2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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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관료 출신 '내부 승진'…조직 장악력, 민간과 소통 '확대' 기대감

과기정통부 이창윤 1차관, 강도현 2차관, 류광준 과기혁신본부장. /사진제공=과기정통부과기정통부 이창윤 1차관, 강도현 2차관, 류광준 과기혁신본부장. /사진제공=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차관급 인사 3인이 한꺼번에 교체됐다. 그간 'R&D(연구·개발) 예산안 축소'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과기정통부가 정책의 실무 지휘관들을 일시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특히 차관급 3인 모두 전문성이 검증되고 부처 내 신망이 두터운 관료의 내부 승진을 선택, 조직 장악력 확대를 기대한 인사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2차관과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과학기술 전반의 R&D를 주도하는 1차관에는 이창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장(기술고시 30회), ICT(정보통신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2차관에는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행시 38회), 국가R&D 예산의 심의·조정 및 성과 평가를 맡는 과기혁신본부장에는 류광준 과학기술혁신조정관(행시 37회)이 각각 임명됐다.

기존의 조성경 1차관은 현 정부 초대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낸 뒤 지난해 6월부터 과기정통부에서 일해 왔고, 박윤규 2차관과 주영창 과기혁신본부장 모두 현 정부 출범 후 줄곧 자리를 지켰던 '장수 차관'이었는데 나란히 책무를 마치게 됐다.



신임 차관급 3인은 모두 과기정통부 내부 인사란 점도 눈에 띈다. 조성경 차관과 주영창 본부장은 각각 명지대와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현 정부에 발탁된 인사였다. 기존에는 박윤규 차관만이 행정고시 37회로 옛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관료 출신이었다.

최근 R&D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고조된 가운데 조성경 차관은 '과학기술계 카르텔이 없다'는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발언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고, 애초 '실세 차관'으로 주목받았지만 대통령실과 과기정통부의 소통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지금까지 4인의 과기혁신본부장이 모두 연구자 출신으로, 정책 이해도 측면에선 아쉽다는 시각이 있었다. 전원 내부 승진으로 결론 난 이번 차관급 교체를 두고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이전 외부 발탁 인사에 대한 반사효과"란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과학기술계에 오래 몸담은 '정통 관료'들이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 부처 안팎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R&D 예산 감축 등 과학계가 마주한 난제들을 정부-연구계 간 적극적 소통으로 풀어낼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은 이번 차관급 인사에 대해 "윤 대통령이 (과기정통부를) 새롭게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함께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조속히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창윤 신임 1차관은 30년간 과학기술계 사정에 통달한 인물이다. 우주항공청 개청,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원자력에너지 정책 등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고 무엇보다도 R&D 예산 삭감의 후폭풍이 출연연·대학을 중심으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현장을 다독이는 게 우선이다. 임명 직후 그는 머니투데이에 "소통에 확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도현 신임 2차관은 ICT 여러 분야를 통할하는 전문성과 합리적 일 처리, 부드러운 성품 등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국가 경쟁력의 화두로 떠오른 AI(인공지능), DX(디지털 전환) 역량의 확보, 방송·통신 시장의 개선, 사이버 안전 강화 등을 신속히 추진할 인물로 낙점받았다. 특히 신임 1·2 차관 모두 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만큼, 과기정통부 내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사들이란 평가를 받는다.

류광준 신임 과기혁신본부장은 과거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다 과기정통부로 자리를 옮겨 과학기술정책국장· 정책기획관·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양측의 전문성을 고루 갖춘 인물이다. 과거 기재부 예산실에서 일했던 만큼 현 정부가 강조해 온 R&D 예산 혁신 방향성과 과학기술 현장 요구의 조화를 이뤄낼 카드란 분석도 나온다.

차관급 3인 임명이 모두 내부 승진을 통해 이뤄진 만큼, 이들의 후임자 임명과 그에 따른 연쇄 이동 인사로 과기정통부의 고위급 인사도 빨라질 전망이다. 또 다른 변수는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실 내 비서관 3자리다. 앞서 임명된 박상욱 과기수석 산하에는 4명의 비서관을 두는데, 자리를 옮겨 온 최원호 R&D혁신비서관을 제외하면 AI(인공지능)·디지털, 첨단바이오, 미래·전략기술 비서관이 아직 공석이다. 다만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들 3자리를 모두 '민간 전문가'로 채울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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