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차 기종까지 식별"…초고해상도 위성시대 연다

머니투데이 대전=박건희 기자 2024.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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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트렉아이 '스페이스아이T' 본체·탑재체 제작중
관계자 "전자광학위성 중 세계 최고 해상도" 자부
올해 11월 조립후 내년 2~3월 우주로 발사 예정

국내 인공위성 제작 기업 쎄트렉아이 연구팀이 육각형 모양의 인공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 본체를 둘러싸고 논의하고 있다.  사진=쎄트렉아이국내 인공위성 제작 기업 쎄트렉아이 연구팀이 육각형 모양의 인공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 본체를 둘러싸고 논의하고 있다. 사진=쎄트렉아이


1992년 여름 남미 기아나의 쿠르기지에서 한국 최초 '인공별'인 '우리별 1호'가 발사됐다. 지구 상공을 100분마다 한 번씩 돌며 지구를 관측하고 우주입자를 검출하는 국내 첫 과학위성이었다. 32년이 지나 민간이 우주산업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 이번엔 세계 최고급 초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T'(SpaceEye-T)를 우주로 보낸다.

지난 21일 대전에 위치한 쎄트렉아이 (50,400원 ▲3,700 +7.92%) 문지연구소 클린룸(청정실)에서 제작 중인 스페이스아이T를 만났다. 연구진이 육각형 모양의 위성 본체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스페이스아이T는 무게 약 700㎏, 해상도 30㎝급의 초고해상도 상용 지구관측 위성이다. 해상도 30㎝는 지상 위 물체를 30㎝ 단위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에서 지구 도로 위 차량의 종류까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도형 쎄트렉아이 사업개발실장은 "전자광학위성 중 세계 최고급 해상도"라고 말했다.



쎄트렉아이는 현재 스페이스아이T의 본체와 탑재체를 제작 중이다. 본체 위에 일종의 카메라인 전자광학 탑재체를 얹으면 완성체가 된다. 완성한 인공위성은 지구 궤도를 돌며 지상국과 교신하고 우주에서 찍은 지상사진을 전송한다. 물리적으로 닿기 힘든 험지나 국제분쟁 지역까지 우주의 시야에서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현재 30㎝급 초고해상도 위성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중국 등으로 전세계 총 보유량이 10기가 안된다. 지난해 12월 한국이 처음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도 30㎝급 해상도였다.

스페이스아이T는 올 11월까지 조립을 마친 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성능시험을 거친다. 이후 2025년 2~3월에 스페이스X의 발사체를 타고 우주로 간다. 성공적으로 1기를 발사하고 나면 위성 여러 대를 한 번에 제작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김 실장은 "1기를 제작할 때 36~42개월 소요됐다"며 "개발기술이 자리잡히면 제작기간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 1기의 기대수명은 7년 정도지만 실제 활용기간은 이보다 길 것이라고 예상한다.



쎄트렉아이가 위성 본체에 전자광학 탑재체를 싣는다면 한화시스템 (19,940원 ▲1,320 +7.09%)은 SAR 탑재체를 싣는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공장에서는 연구원들이 탑재체 조립·정렬 및 성능측정시험에 한창이었다.

SAR 탑재체는 레이다 장비다. 우주에서 지상이나 해양에 레이다파를 순차적으로 쏜다. 굴곡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차를 합성해 지상 지형도를 만들어내는 원리다. 광학카메라와 달리 빛이 없는 야간은 물론 악천후에도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주로 감시·정찰을 위한 군용위성으로 활용된다.
SAR 위성은 100㎏대 초소형으로 개발된다. 여러 대를 한번에 쏘아올려 군집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다. 이광열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사업부문 전무는 "위성 간 통신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교신하면 지구 반대편까지 정보가 도달하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시정찰 목적으로 발사하는 SAR 위성인 만큼 고해상도 기술은 핵심요소다. 현재 가장 높은 해상도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핀란드로 초소형 인공위성업체 아이스아이(ICEYE)가 지구 상공에서 지상 위 물체를 20㎝까지 분별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SAR 위성의 해상도는 50㎝급이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초해상화' 기술도 급부상하고 있다. 데이터 처리를 통해 저해상도 탑재체로 촬영한 영상을 고해상도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에스아이에이(SIA)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초해상화 기술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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