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늘면 의료비 늘어난다?" 집단행동 의사들, 주장 살펴보니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2024.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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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의사 수, 의료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 없다"

전공의 집단 행동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21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전공의 집단 행동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21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비는 늘고 건강보험은 파탄되고 국민만 부담을 느끼게 돼요."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60대 정형외과 의사 한모씨가 현장에서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미래가 걱정되서 병원 진료 끝나고 집회에 왔다"며 "의사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라서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 지출이 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반대 근거로 의료비 폭탄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든다. 의사 수가 늘면 의료 서비스를 과잉 공급할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전체적인 진료비 부담 수준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 수와 의료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 "의사 늘면 의료비 폭탄"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반대 근거로 의료비 폭탄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든다. 의사 수가 늘면 의료 서비스를 과잉 공급할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전체적인 진료비 부담 수준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해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자료를 토대로 의사 증원 규모가 커질수록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연구원 측은 의대 정원 350명 증원을 가정하면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현상을 유지할 때 보다 약 6조원 증가한다고 했다. 의대 정원을 1000명 증원하면 2040년에는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17조 더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보고서에서 "의대 정원 규모가 2000명과 3000명으로 증가하면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각각 약 35조, 약 52조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1인당 월 6만원, 8만5000원의 건보료를 더 부담해야 된다는 뜻이다. 의대 정원 문제를 정치적으로 결정하게 될 경우 국민의 건보료 폭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의사 수, 의료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 없다" 전문가들 반박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지난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지난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령화, 수가 인상, 진료비 지불 제도 등을 고려할 때 의사 수와 의료비 사이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의사 수 부족이 국민 의료비 부담을 높인다는 의견도 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의사수가 1.5배 정도 많지만 평균 의료비는 우리나라보다 낮다"며 "의사 수와 의료비가 기계적인 인과 관계라면 함께 증가해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료비 증가에는 의사 수 뿐만 아니라 진료비 지불 제도, 의료 전달 체계, 병상공급, 실손 보험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에 대해선 "병원에 가도 환자들이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의사 수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의사 수가 부족하다보니 의사에 대한 보수는 높아지고 정책당국은 높아진 의사 인건비를 반영해 의료서비스 수가를 올렸다"며 "의사 부족이 오히려 의료서비스의 단가를 높이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높였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내부 연구자료를 통해 이런 의견을 뒷받침했다. 연구원이 건강보험 통계 등을 바탕으로 2012~2022년 의료비 증가 요인을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 적용 의료비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건 수가 인상(2.6%)이었다. 그 다음은 고령화(2.1%), 약 및 치료 재료의 가격 상승(1.6%), 국민소득 상승(0.9%) 순이었다. 의사 수 증가와 같은 기타 항목은 0.7%를 차지했다.

정부 역시 의사 수와 진료비 상관관계는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의사가 부족하면 인건비가 상승하고 건강보험 의료가격도 높아진다"며 "실제 지역별 의사 수에 따라 인건비의 차이가 있고 의사 구인난이 심한 지방일수록 인건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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