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항암치료도 밀려…인질극" 200만 암 환자들의 절규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구단비 기자 2024.02.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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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들 피해 커, 말기암 환자 항암도 지연돼…의사들,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21일 서울 한 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부모와 자녀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21일 서울 한 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부모와 자녀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이 환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환자를 협박하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암 유병환자만 200만명이 넘는다. 이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흘째인 22일 환자단체들은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속히 의사들이 환자 곁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암 환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식도암 환자인 김성주 회장은 머니투데이에 "말기암 환자인데 지난주부터 항암치료가 밀리는 사례도 있다"며 "말기암 환자들은 생명을 담보로 치료 기회마저 박탈된 상태다. 이분들이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 건가. 하루하루 일분일초가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이 사태를 끌고 온 보건당국이나 의료인들이 책임감을 통감해야 한다"며 "두 기관은 환자 중심이라 하면서도 환자들을 위한 어떤 개선책도 내놓지 않고 싸움판만 키우고 있고, 환자들을 갖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해외 토픽에나 나올 일"이라며 "환자들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의사들은 빨리 돌아오고 의사들과 정부가 협상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도 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은 "환자를 떠난 의사는 의사가 아니다"라며 "의사가 돼서는 안 될 사람들이 의사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현재 치료를 중단한 이 회장은 힘겨운 상태에서도 "제네바 선언에 '의사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들을 떠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냐. 그런데 지금 의사들이 환자들의 생존권과 본인들의 직업 선택권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공의 업무중단 3일 차인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전공의 업무중단 3일 차인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은 "항암 치료할 때 맞는 주사는 약이 독해 피부에 조금만 묻어도 아프다"며 "다른 여러 부작용 때문에라도 의사와 자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전공의 자리 이탈로 불편함이 크다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의사가 자기 목소리만 내면 어떡하냐.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없는 것 아니냐"면서 "생명을 담보로 한 전공의 사직서 제출은 말도 안 된다. 환자들을 위해 조속히 복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은 현재까지 큰 피해는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를 우려한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는 보통 전문의가 진료해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장기화되면 피해가 생길까 걱정스럽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필수의료를 어떻게 자리 잡게 할지 더 명확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인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환자들이 불안해한다"며 "환자를 위해 의료진도 존재하는 입장에서 어떤 상황이든 환자의 곁을 떠나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날 환자단체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을 포함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가입자단체도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집단행동 중단을 촉구했다. 또 "의사협회는 그간 누적된 의료체계 문제 앞에 보험료 재정이 추가 투입되는 정책적 우회 수단만 내세우며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 수 확충은 철저히 외면해 왔다"면서 "정부는 한시적 건강보험 비상진료 지원방안을 집행하되 향후 그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를 회수할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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