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버팀목 돼달라" 한덕수 당부한 국립병원도…전공의 이탈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2.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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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의 응급의료센터 앞 구급차가 몇 시간 째 정차해 눈이 쌓여있다. 이 의료원은 전공의 102명 가운데 71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사진=정심교 기자눈이 내린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의 응급의료센터 앞 구급차가 몇 시간 째 정차해 눈이 쌓여있다. 이 의료원은 전공의 102명 가운데 71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사진=정심교 기자


전공의 대규모 이탈 사태에 정부가 국공립 병원과 군병원 등 국립 병원에서 응급의료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들 공공병원마저도 전공의들이 속속 이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21일) 경찰병원 의료진에게 "이번 집단행동이 장기화할 경우 지역 주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셔야 한다"고 당부하던 때에도 이곳 전공의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위장관 응급내시경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 국립 병원 역시 전공의 이탈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얘기다.

이날 한 총리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비한 비상 진료 대응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오후 3시경 경찰병원(서울 송파구 가락동) 의료 현장을 순찰했다. 한 총리는 "경찰병원은 서울 동남권의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힘들겠지만 평일 진료 시간 확대, 주말·휴일 근무, 24시간 응급실 운영 등 지역주민의 건강 보호를 위한 비상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시각,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경찰병원에서 진료하는 '중증 응급질환' 가운데 '[응급내시경] 성인 위장관'은 '불가능'으로 표시됐다. 진료가 불가능한 이유를 적는 메시지란엔 '전공의 파업'이 원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메시지의 등록일시는 21일 오후 2시 31분으로, 하루가 지난 22일 오후 4시까지도 그대로다.

22일 오후 멈춰있는 경찰병원 휠체어들. 이 병원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다녀갔지만 전공의가 이탈해 위장관 응급내시경 진료가 하루 이상 불가능한 상태다. /사진=정심교 기자22일 오후 멈춰있는 경찰병원 휠체어들. 이 병원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다녀갔지만 전공의가 이탈해 위장관 응급내시경 진료가 하루 이상 불가능한 상태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에 대해 경찰병원 전공의 채용·운영 담당자는 "사직서 제출 인원은 공개할 수 없다. 외부에 노출되면 집단행동에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직서 낸 전공의가 몇 명이라고는 밝힐 수 없지만 있는 건 맞다"고 밝혔다. 취재에 따르면 경찰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는 인턴 14명, 레지던트 31명으로 총 45명이다.



이들 중 몇 명이 파업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환자들의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전북 전주에 사는 70대 남성은 만성 폐렴으로 3주에 한 번씩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외래 진료받고, 3주 동안 경찰병원에 입원해 약물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해 삼성서울병원 외래 진료를 받는 게 루틴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경찰병원에 입원한 이 남성은 다음주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퇴원'하지 않고 '외출'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그는 "경찰병원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입원이 거의 힘들어졌다"며 "4인실에 입원 중인데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나야 정해진 약물만 처방받으면 돼 입원 문턱은 넘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한번 퇴원하면 다시 입원하기 힘들 것 같아 퇴원 말고 외출하기로 했다"며 "그간 진료해온 호흡기내과 전공의 2명이 이틀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인 경찰병원 응급실 입구. /사진=정심교 기자지역응급의료기관인 경찰병원 응급실 입구. /사진=정심교 기자
22일 오전 국립중앙의료원 한 의사가 수술을 마치고 예약 창구를 지나가고 있다./사진=정심교 기자22일 오전 국립중앙의료원 한 의사가 수술을 마치고 예약 창구를 지나가고 있다./사진=정심교 기자
국립중앙의료원의 사정은 어떨까. 이 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전공의 102명 가운데 71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라며 "우리가 국립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사직 흐름에 따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의료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파업 참여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국공립 병원에서 수련하는 의사(전공의)가 사직서를 내거나 근태가 좋지 않으면 복지부의 눈 밖에 나기 십상"이라며 "전문의들이 '우리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병원이자 공공병원이므로 다른 민간 병원과 똑같이 생각해서 움직이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단독]"버팀목 돼달라" 한덕수 당부한 국립병원도…전공의 이탈
한편 복지부는 22일 '응급실 이용 가능 군병원 목록'을 공개했다. 복지부 정통령 공공보건정책관은 "전국 15개 군병원 가운데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는 12곳을 추린 것"이라며 "119를 통해 이송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일반 국민도 직접 이들 군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진료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중 유일한 서울 소재인 국립서울지구병원의 경우 내비게이션에서 검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정책관은 "나무위키에서 주소가 검색되긴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 개방된 만큼 지금보다 주소 검색 등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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