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 전광판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외래, 입원, 수술 등 정상적인 진료가 어렵다는 내용의 병원 입장문이 나오고 있다. 2024.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본격화 된 전공의 의료 현장 이탈에 병원 영업을 담당하는 제약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의료현장 핵심 자원인 전공의들이 잇따라 현장을 이탈하면서 혼란이 가중된 현장 영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병원 영업 현장에서 가장 치열한 분야는 제네릭(복제약)이다. 품목간 효능 등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특정 병원이 어떤 의약품을 선택할지 영업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주기적으로 의료진을 만나 관계를 구축하고, 자사 품목 처방을 위한 세일즈 활동을 펼치는 주된 배경이다.
준종합병원에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처방권을 가진 경우는 사실상 없다. 의국장들에게 일부 단기 처방약 권한이 일임되는 경우는 있지만, 영업사업 입장에서 주요 고객은 처방 권한을 지닌 과장급 또는 교수 의료진이다. 하지만 전공의 공백으로 빈 자리를 교수들이 메우거나, 그로 인해 교수들의 외래 진료 등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병원을 직접 찾아 대면 영업을 펼치는 영업사원들의 활동 반경도 대폭 제한됐다. 이미 잡았던 의료진과의 미팅이 취소 또는 연기되거나, 만남이 성사돼도 혼란스러운 현장 상황에서 섣불리 말을 꺼내기 어려워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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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서 준종합병원을 담당하고 있는 A제약사 영업사원은 "가뜩이나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의료진 만남 자체도 어려워졌을 뿐더러, 만난다 해도 현장 여건 등에 한껏 예민해진 교수님들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봄 시즌 대학병원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자사 품목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 성수기인데 일정을 취소해야 되는지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아직 본격적인 여파가 미치지 않은 개원의 병원도 현 상황이 남 일은 아니다. 의료계 집단 행동이 아직 전공의에 국한돼 있지만, 개원의 합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특히 오는 3일 여의도에서 전국의사 총 궐기대회 열리는 등 집단행동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병원장인 의사 개인이 처방약을 결정하는 개원의 병원은 준종합병원 이상으로 영업사업과 의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현장에선 이미 개원의 병원들도 사실상 영향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줄을 잇는 중이다.
서울 관악구 일대 개원의 병원 영업을 담당하는 B제약사 영업사원은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행사에도 좌장이나 강연자로 대학병원 교수가 초빙되는게 일반적인데 스케쥴을 확신할 수 없어지면서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며 "당장 다음주에 행사가 예정돼 있는데 아직 회사 내부에서도 취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