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정에 출석하는 권도형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023년 5월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경찰에 이끌려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씨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공항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검거된 지 11개월 만에 난 결정이다.
그동안 권씨측 변호인은 미국보다 형벌 상한선이 낮은 한국으로의 송환을 주장해 왔다. 한국은 여러 범죄를 저질러도 가장 무거운 죄에 내려질 형벌의 2분의 1까지만 가중 처벌하는 '가중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최대 형량은 40년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여러 범죄에 각각의 형을 매긴 뒤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따른다. 유기징역 상한선이 없어 100년 이상 징역도 가능하다.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 법원에 각각 40만유로를 내는 조건으로 보석을 청구했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보석 요구에 반대했으며 보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 AFP=뉴스1
앞서 고객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다음달 재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00년형 이상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권씨 역시 중형을 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폭락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암호화폐를 계속 발행한 점,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행각을 벌인 점 등 고의성이 짙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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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말 출국해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다 같은 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전용기를 타려다 체포됐다. 당시 권씨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수배된 상태였다.
한편 권씨와 함께 체포됐던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이달 5일 몬테네그로 당국에 의해 한국으로 추방됐다. 차이코퍼레이션은 테라폼랩스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