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14년만에 눈물의 공모가 회복하나 [밸류업 대해부]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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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대해부]②삼성생명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릅니다. 짠물배당,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 재편, 밸류트랩 같은 주가 역선택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기업들의 본질가치가 재조명되고 주가수준도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밸류업 종목들의 현황과 디스카운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삼성생명, 14년만에 눈물의 공모가 회복하나 [밸류업 대해부]


우리나라 금융업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 저평가)'의 대표 종목이다. 지난해 금융업을 한바탕 훍고 간 정부의 '성과급 잔치', '공공재' 발언 이후 시장에서의 평가는 더 박해졌었다. 금융업 전체 PBR은 그동안 0.5배를 넘지 못했다.

보험업도 마찬가지다. 시장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으려면 성장 가능성이 있어야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 도래 이후 '살아있는 화석'으로 취급받았다. 보험료 납입 기간은 끝났지만 보장은 해 줘야 하는 고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젊은세대는 미래보단 현재에 집중한다. 왠만하면 보험에 들지 않는다.



다시말해 나갈 돈은 느는데, 들어올 돈은 줄고 있는게 보험업이 당면한 미래다. 이런 가운데, 주력 상품 라인업 교체를 자연스럽게 하며 향후 주주환원 가능성까지 열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생명보험사가 있다. 바로 보험업계의 맞형 삼성생명 (88,800원 ▲2,400 +2.78%)이다. 그럼에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여전히 0.4배에 머물러 있다. 삼성생명의 가치가 더 상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기순이익도, 미래가치 보는 CSM도 업계 최고 수준
지난 20일 삼성생명은 지난해 1조89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19.7% 증가했다. 어려운 영업 환경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올린 두자릿수대 이상 성적이었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보험업계에 적용되고 있는 새로운 회계기준 IFRS17 체제 이후 보험사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CSM(계약서비스마진)도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말 10조7000억원보다 14% 가량이 늘었다. 보험업계 최고 수준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들을 토대로 향후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자기자본이 과거 기업성과의 누적된 결과물이라면 CSM은 미래에 예정된 미실현 이익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보험관련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미래가치와 투자 가치를 알기 위해선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보단 CSM을 먼저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무건선성 '킥스'도 220% 이상…그 흔한 신종자본 발행한 적 없는 삼성生
아울러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킥스(K-ICS:신지급여력비율)는 220~225%로 전망했다. 킥스는 2022년까지 적용되던 RBC(지급여력)비율을 대체해 지난해부터 적용되는 보험사 재무건전성 규제다.

새로운 자본규제인 IFRS17(새국제회계기준)을 보험사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건전성 지표도 함께 변경됐다.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험계약자들에게 보험을을 얼마나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보험업법상 150%를 넘지 못하면 금융당국의 점검을 받는다. 100% 밑으로 내려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200%를 넘지 못한다. 삼성생명은 재무건전성 비율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한마디로 가지고 있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은 킥스 비율을 유지하거나 보험금 지급 등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혹은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최근 고금리 상황이 현재진행형인만큼 회사채 발행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삼성생명은 자본확충을 목적으로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사례가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하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 자산은 약 315조원이며, 자본은 44조원이다.

상품 포트폴리오, 건상보험 상품 주력으로 자연스럽게 이관
생명보험의 주력 상품은 수십년간 계약이 유지되는 보장성보험이다. CSM 계산에서도 보장성보험이 더 유리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저출산 시대의 도래와 현재가치를 더 중요시 하는 이른바 MZ세대의 등장으로 보장성보험 계약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생보사들이 사실상 전시상품이었던 단기납 종신보험을 환급율을 높여 이익을 최소화 하고 시장 질서까지 흐리면서 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생명도 이 같은 분위기에 초반에 동요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해일수 있다고 판단, 고령화에 포커스를 맞춘 건강보험으로 주력 포트폴리오를 자연스럽게 바꿔가고 있다. 전영묵 대표에서 시작한 건강보험 강화 정책을 홍원학 신임 대표 내정자에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계약 CSM에서 건강관련 보험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1분기 32%에서 4분기 45%로 크게 늘었다. 올해 역시 헬스케어와 시니어리빙 등 부수사업과 연계한 신사업을 통해 건강관련 라인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연일 52주 신고가 경신, 주주 환원 가능성 제기되며 목표가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공모가 11만원 회복 여부다. 삼성생명은 2010년 5월 수조원의 자금을 빨아들이며 화려하게 상장했으나 이후 기나긴 주가하락으로 눈물흘린 투자자들이 허다하다. 2017년 11월 13만원대로 주가가 오르며 공모가를 일시적으로 넘어섰으나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번에 주가가 추가로 오르면 또 다시 7년만에 공모가를 회복하는 셈이다.

22일 삼성생명 주가는 장중 한 때 9만3200원을 찍었다. 52주 최고가가 다신 한 번 경신됐다. 시장에선 삼성생명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시그널도 나온다. 정부의 저평가주 증시 부양 정책 효과와 함께 실적 증가 및 탄탄한 자본력, 체질개선 등이 이런 전망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그룹 내 지배구조 리스크가 다소 감소됐기 때문이란 주장도 무시하기 어렵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19.3%)다. 이재용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회장(10.44%)과 이부진 호텔신라 (57,600원 ▲600 +1.05%) 사장(6.93%)이 그 뒤를 잇는다. 그리고 삼성생명은 삼성금융계열사의 최대주주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8.51%)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그룹 오너가 최근 사법리스크를 다소 덜어낸 영향이 주가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평가다

아울러 주주환원 확대 기대도 당분간 삼성생명 주가를 끌어올릴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삼성생명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방안을 내놓진 않았다. 오는 26일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인 '기업 배률업 프로그램' 공개 이후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배당성향 35~45% 유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업계 내에서 근시일내 이 같은 주주환원을 단행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평가를 내놓았고,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낮은 ROE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전략적 방향성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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