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에 진심인 '성+인물', 그 안에 담은 진지한 질문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2.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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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기시리즈 네덜란드 독일편 공개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이토록 성(性)에 진심인 프로그램이 있었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성+인물'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사람은 만족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갈 데까지 갔다'며 혀를 찰 수 있음에도 이들은 꿋꿋하게 성을 파헤친다.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는 것을 지향하지만, 가치 판단은 철저하게 지양한다. '성+인물'이 타인의 생각과 문화를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시청자들은 스스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자문하게 된다.

'성+인물'은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버라이어티다. 일본에서 시즌1을 시작해 대만에서 시즌2를 진행했던 두 사람은 네덜란드와 독일로 향해 세 번째 시즌을 선보였다.



김인식 PD는 두 나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리서치를 하는데 네덜란드와 독일이 1·2위를 다퉜다. 두 나라를 답사해 보니 1, 2위를 나누는 건 의미가 없었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측면에서 성인문화가 비슷했다. 그래서 두 나라를 같이 다뤄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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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이 맞닿아 있고 게르만어권에 속해 각자의 언어를 말해도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한 네덜란드와 독일은 그렇기 때문인지 성인문화도 비슷했다. 다만, 시청자들의 시선과 관점에서는 전혀 달랐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를 비롯해 독일의 혼탕과 나체주의, BDSM, 다자간 연애 등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소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극적이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쩌면 평생 알지 못했을 내용들이 담겨있기에 신동엽과 성시경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자칫 자극적으로만 풀어낸다면 희화화될 소지가 다분하고 반대로 너무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면 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물'은 첫 시즌인 일본 편으로 여러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신동엽과 성시경은 그 선을 지켜냈다.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함께하는 두 사람은 과감하면서도 조심스러웠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시즌 두 사람은 유난히 많은것을 체험했다. 홍등가에서 라이브 섹스쇼를 눈으로 보고 남녀혼탕, 나체주의, BDSM 클럽 등 다양한 곳을 방문했다. '성+인물'을 '성'과 '인물'로 나눈다면 '성'은 성(性)에 관련된 다양한 문화들이다. 방송 속에서 두 사람은 처음 접하는 문화에 대한 자신들의 반응을 솔직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문화를 체험할 때는 과감하고 솔직한 모습이었다면 또 다른 주제인 '인물'에 있어서는 다른 태도를 취한다. 홍등가의 섹스워커를 시작으로 다자간 연애를 추구하는 폴리아모리 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두 사람은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경청한다. 그 문화가 생소한 사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을 던질 때에도 근본적인 호기심이 담겼을 뿐 무언가를 판단하려는 의도는 없다.

이러한 모습은 두 MC가 시청자에게 당부한 모습이기도 하다. 성시경은 공개 이후 "가치 판단 없이 '놀랍다'에서 반응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동엽 역시 "다름을 인정한 다음부터는 매우 재미있었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성+인물'은 성(性)과 성인문화,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다루고 있지만 시즌이 계속 될수록 자유라는 가치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시경이 베를린 클럽에서 말한 '내 자유가 존중받길 원하니 네 자유도 존중할게'라는 말은 성(性)과 연관 짓지 않아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 채, '성+인물'은 또 다른 나라로 향한다. 시즌3 마지막 에피소드의 마지막 부분에는 시즌4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어느 나라가 될지, 그곳에서 어떤 문화를 체험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이들은 그 전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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