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된 아이유, 느낌표로 가득 채운 쇼핑 카트 [뉴트랙 쿨리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2.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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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DAM/사진=EDAM


2008년 만 15세의 나이로 데뷔했던 아이유는 어느새 30대를 맞이했다. 따져보면 아이유의 인생에서 가수로 보낸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아졌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가수로 보낸 아이유는 30대의 첫 앨범에서 '승리'라는 키워드를 던졌다. 욕망과 선택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가 내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아이유의 쇼핑카트에는 의문이 담긴 물음표가 아니라 확신이 담긴 느낌표가 가득 차 있다.

아이유는 20일 오후 6시 미니 6집 'The Winning'을 발매했다. 2021년 발매한 스페셜 앨범 '조각집' 이후 2년 2개월 만의 새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는 'Shopper', '홀씨', 'Shh..', 'Love wins all', '관객이 될게' 총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다. 'Shopper'와 '홀씨'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지난 스페셜 앨범 '조각집'을 낼 당시, 아이유는 20대의 끝자락에 서있었다. 'The Winning'을 발매하는 지금, 아이유는 30대의 시작점을 맞이했다. 아이유는 앨범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30대는 나랑 진짜 잘 맞는 나이인 것 같다. 10대, 20대 때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과 쾌적함을 느꼈다. 뭐가 됐든 20대에 해오던 메시지와는 확실하게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기 때문에 30대의 갈피를 꽂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서 했다"고 허심탄회한 심경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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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이유는 앨범 소개글을 통해 "결론과 디테일들은 판이하지만 기운만은 스물세 살 때의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유의 스물셋은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나선 앨범 'CHAT-SHIRE'를 발매했던 시기다. 아마 가장 열정이 넘치고 의욕적이었을 시기였을 것이다. 20대 후반, 돌이켜 보니 번아웃이었던 시절을 지나온 아이유는 다시금 열정을 불태우며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동시에 아이유는 "그때 욕심내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욕심들에 피가 도는 어른이 됐으나 이러나저러나 '욕심쟁이'라는 본질은 그대로"라고 그 시절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말했다. 그때의 욕심이 아직 찾지 못한 해답에 대한 물음표였다면, 지금의 욕심은 자신이 내린 결론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진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이는 음악에서도 알 수 있다. 23살의 아이유는 자신의 나이를 담은 '스물셋'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동시에 듣는 이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30대의 아이유는 이제 질문하지 않는다. 결론을 내리며 당당하게 문장을 끝마친다. 앞자리 숫자가 바뀐 아이유가 가장 먼저 내린 결론이자 확신에 차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승리'다. 다만, 아이유가 말하는 승리는 단순히 물질적 기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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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의 승리를 이루라'는 말을 스스로에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하고 싶어 그 유기성만은 지독하게 갖고 만든 음반"이라는 말처럼 이번 앨범의 키워드는 앨범의 타이틀로 대문짝만하게 박아놓은 '승리'다. 앨범의 문을 여는 'Shopper'는 자신만의 취향과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준다. 이어지는 트랙 '홀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 '한떨기 스물셋'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아이유는 이제 '걔는 홀씨가 됐다'며 자유롭게 날아오른다. 과거의 고뇌와 고민을 이겨내고 이제 자유로워진 아이유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수록곡 역시 앨범의 주제를 계속해서 관통한다. 뉴진스 혜인, 롤러코스터 조원선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패티 김이 내레이션으로 나선 'Shh..'는 한 시대를 풍미했고 앞으로를 풍미할 아티스트의 조합을 통해 주제를 타인으로 확장했다. 선공개 곡이기도 했던 'Love wins all'은 주제 의식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사랑은 결국 이긴다는 주제는 단순하지만 그렇기 떄문에 가장 힘이 있다. 마지막 트랙 '관객이 될게'는 팬들에게 응원과 용기를 건네며 승리의 기운을 계속해서 전이시킨다. 자칫 앨범의 주제와 동떨어질 수 있는 팬송마저도 하나의 키워드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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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목적의식을 갖고 분명하게 달려가는 메시지와 달리 사운드적으로는 다양성을 추구했다. 타이틀곡 'Shopper'나 '홀씨'는 최근 메인스트림의 흐름을 적절히 따라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도 고려했다는 의도가 느껴진다. 반대로 'Love wins all', '관객이 될게' 등에서는 아이유가 꾸준히 잘해왔던 사운드가 느껴진다. 채 3분이 되지 않는 노래가 주류인 지금의 음악 시장에서 4분이 넘는 대곡 발라드를 선공개로 택하는 모습은 음악적 자부심도 느껴진다.

30대가 된 아이유는 이렇게 의문이 아닌 확신으로 자신만의 쇼핑카트를 가득 채웠다. 대중들 역시 이에 반응하고 있다. 선공개곡 '러브 윈스 올'은 멜론 톱100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노래 역시 차트 최상위권에 빠른 속도로 올랐다. 아이튠즈 15개 지역 차트 1위 등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앨범을 발매한 아이유는 3월 2~3일, 9~10일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콘서트(IU H.E.R. World Tour Concert)'를 시작한다. 이번 월드투어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 영국, 미국 등의 18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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