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모보 피스키에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해 5월 폴란드 북부 베모보 피스키에 소재 군사기지에서 러시아산 다목적 군용헬기 'Mi-8'에 탑승한 폴란드 장병들이 로프를 타고 하강하는 훈련을 하는 모습. 2023.5.2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https://thumb.mt.co.kr/06/2024/02/2024022111453141485_1.jpg/dims/optimize/)
지난해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33세 러시아 헬리콥터 조종사가 살해당한 가운데 중국 온라인 여론도 연이틀 들끓는다. 국가적 배신자에 대한 처단을 환영한다는 건데, 양안(중국-대만) 갈등으로 어느 때보다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극단 국수주의적 여론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21일 오전 바이두와 웨이보 등 중국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는 일제히 '러시아 반역자 조종사 사망'이 검색순위 상위에 랭크됐다. 관련 콘텐츠마다 모두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온라인 여론이 과열되자 해당 키워드들은 몇 시간 후 검색순위 상위에선 슬그머니 사라졌지만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최우방인 중국 관영언론들은 일제히 쿠즈미노프의 악행을 부각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르면 쿠즈미노프는 우크라이나 정보국에 포섭돼 Mi-8을 몰고 망명했다. 이 과정에서 항복을 거부한 동료 두 명은 살해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살해된 동료들이 쿠즈미노프의 손에 죽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후 연행을 거부하다가 현장에서 사살됐다고 밝혔다.
쿠즈미노프의 사망이 러시아의 복수라는 점에 대해서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중국 언론은 지난 1월 러시아 재향군인회 리더가 군 지도부의 말을 인용해 전한 내용을 근거로 "러시아 GRU(총정찰국)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에 망명한 반역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배신자 암살작전을 중국 여론은 "영화같다", 혹은 "영웅적"이라는 수식어로 미화하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포스팅에 달린 "세계 모든 나라는 가능한 한 빨리 반역자들을 색출하고 근절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고를 보내야 한다"거나 "중국도 빨리 그런 행동부서를 설립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에는 수십~수백 건의 추천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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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중국 내 극단적 애국주의와 국수주의를 극도로 자극하는 모양새다. 미중관계의 지속적인 악화, 그리고 이와 연동하는 양안갈등 심화로 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지속 제기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는 중국이 전쟁을 결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 여론 동향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대만군 포섭은 '공작'이라더니…러시아 배신자에 난리난 中](https://thumb.mt.co.kr/06/2024/02/2024022111453141485_2.jpg/dims/optimize/)
비중은 적지만 암살과 테러를 경계해야 한다는 정상적 여론이 각을 세우는 점은 다행스럽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이 논리대로라면 미국이 스노든(美 기밀자료를 폭로한 내부고발자)을 암살한다면 합법적이냐"며 "자국에선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지만 타국에서 이뤄진 노골적 암살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아무리 스파이라도 재판 과정도 없이 사살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쿠즈미노프의 망명에 대해서는 반역이라고 핏대를 세우는 중국이지만 본인들이 유리한 반역은 '공작'이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대만군 중령을 포섭해 대만군 핵심 전력 중 하나인 미국산 치누크 헬기를 몰고 8월께 작전 중인 중국 항공모함으로 귀순하도록 종용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요새 유행어로 치면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다.
중국은 당시 총 1500만달러(약 197억원)를 주고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만 검찰이 내부 제보로 해당 중령을 긴급 체포하면서 중국 측의 시도는 끝내 무산됐다. 뒤늦게 대만 국회를 통해 공개된 이 사건은 뜻밖에 중국 언론들을 통해서도 버젓이 보도됐다. 대만군 기강 해이를 부각시키고 양안 갈등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