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보다 1000만원 싸네"…한국서 가격 내리는 수입 전기차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정혜인 기자 2024.02.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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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보조금 자국우선주의의 명암②싸지는 수입 전기차, 늘어나는 선택지

편집자주 전기차 국고보조금이 결정됐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보다 가격 측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다. 이는 보조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자국 기업 우선주의에 따른 보조금 정책이 가져 올 영향을 짚어본다.

"유럽보다 1000만원 싸네"…한국서 가격 내리는 수입 전기차


전기차 보조금을 자국 기업에 몰아주는 게 트렌드가 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인하로 대응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상황에서 중저가형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소비자의 선택지는 꾸준히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부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이 5500만원 이하로 정해지자 일부 완성차업체는 자체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준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ID.4의 가격을 200만원 내린 5490만원으로, 폴스타는 중형 전기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 폴스타2 가격을 100만원 내린 5490만원으로 매겼다. 테슬라 역시 모델Y 2WD의 가격을 200만원 가격을 내려 5490만원으로 맞췄다. 폴스타2와 ID.4의 경우 지자체 보조금까지 수령하면 4000만원 후반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테슬라 모델Y 역시 5000만원 초반에 살 수 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보다는 약간 비싼 수준이지만 충분히 구매를 고려해 볼 만한 가격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장착된 배터리와 성능은 다르지만 모델Y가 한때 한국 시장에서 코로나19 확산 시절 9000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 접근성이 훨씬 나아졌다.



중저가 전기차 출시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 초기 얼리어답터들은 고가의 전기차라도 기꺼이 구매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서다. 지난해 가성비 전기차로 꼽히는 KG모빌리티 토레스 EVX가 출시된 것을 시작으로 3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한 전기차들이 등장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의 보조금이 457만원으로 책정되자 판매 시작가를 200만원 추가로 낮췄다. 기아가 올해 선보일 보급형 전기차 EV3, EV4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국내 보조금을 적용하면 3000만원~4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볼보가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인 소형 전기 SUV EX30은 NCM 배터리를 장착해 최대 주행거리가 475km나 되지만 유럽 시장보다 1000만원 정도 낮춘 4000만원 후반대부터 출시한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 현대차·기아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신 그만큼 할인판매를 진행 중이다. 포드 역시 전기차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머스탱 마하-E 2023년형 제품 가격을 트림별로 3100~8100달러(약 414만~1081만원) 내린다고 밝혔다.



전기차 업계의 가격전쟁은 당분간 계속돼 중국과 미국, 유럽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허사오평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해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피바다'로 끝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량은 정부 보조금 지급 여부가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완성차업체에서는 이익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보조금 개편 방향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할인경쟁은 그 만큼 소비자들의 편익이 된다.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배터리인데 배터리 원자재값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저가형 전기차는 늘어날 것"이라며 "가격인하와 저가 전기차의 보급 확대는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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