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벤처캐피탈이 중요하다

머니투데이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2024.02.2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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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임진(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벤처시장 신규 투자는 5조4000억원으로 2021년 7조7000억원, 2022년 6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비대면과 바이오분야에 대한 벤처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2021년과 2022년에 벤처시장이 이례적으로 큰 활황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벤처시장이 부진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탈이 창업을 통해 경제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감안할 때 벤처캐피탈 투자감소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벤처캐피탈이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946년 미국에서 아메리칸리서치앤드디벨롭먼트코퍼레이션(ARD)이 설립되면서부터다. ARD는 조지 도리엇 하버드대학 교수가 민간의 투자금을 제2차 세계대전 동안 개발한 첨단기술분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었다. ARD의 성공 이후 벤처캐피탈 산업은 점차 성장했으며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 시기 이후 많은 기술기업이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는데 그중 일부는 오늘날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대표적 기업 중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구글이 있다. 액셀파트너스라는 벤처캐피탈은 마크 저커버그가 설립한 지 1년밖에 되지 않는 페이스북에 과감한 투자를 실시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둔 세콰이어캐피탈이라는 벤처캐피탈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설립한 1976년부터 애플에 투자를 시작했다. 구글도 1998년 설립 초기단계에서 세콰이어캐피탈, 클라이너퍼킨스와 같은 유명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 성장했다.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한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제품, 서비스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스타트업 성장에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자금조달이다.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라고 할지라도 기존 기업과 경쟁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따라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위험성이 높아서 일반 투자자들은 자금공급을 꺼린다. 그러나 벤처캐피탈은 이런 모험적인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자본이다.

벤처캐피탈은 신생기업에 모험자금을 공급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마케팅, 시장분석 등 사업 전반에 걸쳐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경영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파트너기도 하다. 이것은 벤처캐피탈리스트 자신이 혁신 사업가이었거나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금융전문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성장 측면에서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지털전환과 저탄소 전환을 맞이하고 있으며 이런 전환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뤄내느냐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결정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성공적 전환은 혁신적 스타트업의 출현을 필요로 하며 혁신적 창업생태계 조성에는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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