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이애미에서 엿본 교훈, K-주식의 밸류업

머니투데이 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 2024.02.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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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사진제공=라이프자산운용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사진제공=라이프자산운용


지난달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글로벌 펀드 행사에 다녀왔다. 헤지펀드, PEF, VC, 부동산 등 다양한 대체투자의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신 트렌드, 전략, 기회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특히 전 세계 850여 개의 운용사들과 1000여곳 기관 투자자들이 1대 1 미팅을 통해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장도 열렸다.

운용사 중에는 유명한 글로벌 PE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의 중소형사들이었다. 기관투자자들은 내로라 하는 글로벌 연기금부터 패밀리오피스 투자자들까지 역시나 다양하게 참여해 행사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었다. 호텔의 대형 컨벤션 홀 여러 곳에 설치된 부스에서 30분간 진행되는 개별 미팅은 마치 스피드 데이트와 같아서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회사의 전략과 장점을 어필하느라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행사를 앞두고 일본의 한 행동주의 펀드 매니저와 점심을 먹었는데 슬쩍 물어보니 그들은 이틀간 진행되는 미팅 스케줄이 거의 꽉 차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에 비해 3분의 2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미국에 가기 직전까지 일일이 이메일을 다시 보내 미팅을 요청해서 잡은 스케줄이 그 정도였다. 솔직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일본과 한국의 위상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어찌 됐든 의미 있는 깨달음이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 운용사나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확연히 적어서, 아시아 계통의 사람들을 마주치기만 해도 눈길이 갈 정도였다. 특히 미팅 부스에서 우리 직원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고, 한국 분들이냐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교포 투자자들도 여러 명 있었다. 그들은 주로 미국에서 근무하는 투자자들이었는데 해외투자를 유치해 보겠다고 낯설고 먼 타국에 와 고생하고 있던 우리는 앞으로의 유치 계획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올들어 정부가 일본을 벤치마크 삼아 증시 부양을 유도하고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상법 개정, 상속세 논의 등 다양한 정책안들을 내놓으면서 관련 주식들이 단기에 급등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하지만 성장주를 팔아서 저PBR주를 사는 식의 테마성 접근으로는 이런 장세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시장 밖에서 새로운 자본이 지속해서 유입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기관들이 주식에 투자하기 쉬운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개인들의 주식계좌 수는 급증했는데, 특히 보험사와 같은 금융기관들은 회계제도, 규제 이슈로 오히려 상장주식 투자를 꺼리고 있다. 개인들도 최근 공모주 열풍처럼 묻지마 식으로 요행만 바라는 단기 투기가 아닌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일본에 비해 아직 부족한 시장 인지도를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K-주식' IR활동이 절실하다. 또 이번 마이애미 행사를 다녀오면서, 해외 투자자들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유치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제도적인 제약과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러 해외 투자자가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 낮은 한국시장의 투명성, 신뢰도, 제도적 미흡을 지적해 민망할 정도였다. 여태 감나무 아래에서 입만 벌리고 있듯 해외 투자자들을 기다린 것은 아닌가 싶다. 해외 곳곳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많은 코리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이달 발표할 밸류업 프로그램은 겨우 마중물일 뿐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기업가치 제고는 국내외 잠재적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믿고 투자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벤트성 발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질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국가 경제 발전의 미래 로드맵을 만들 수 있는 중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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