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에 문을 연 알리익스프레스 플라자. /사진=바이두 캡쳐
알리익스프레스 판매자이며 블로그를 운영 중인 티안민이커머스 대표가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 15만건 읽힌 이 글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초저가 판매전략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일견 당연한 얘기지만 저런 전략이 가능하기까지는 중국의 엄청난 생산력과 즉시 재고 파악이 가능한 온라인 네트워크, 중간유통업자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직거래 시스템이 복합적 역할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가격이 가능할까
중국 내 한 알리익스프레스 물류센터에서 상품들이 분류되고 있다./사진=바이두 캡쳐
같은 맥락에서 인기상품을 활용해 트래픽을 유도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역시 수익은 포기한 가격에 인기상품을 배치하는데, 중국 온라인업계에선 이런 걸 '교통명소'라고 부른다. 고객이 다른 제품을 구입하도록 매장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인기상품이 1000명의 고객을 불러오고 이 중 2~5%만 다른 상품을 구입해도 수익성이 확보된다는 나름의 공식도 있다.
이런 미끼상품은 광저우 등 공업밀집지역에서 사실상 무한 생산돼 창고에 쌓여있는 저가 물품이 대부분이다. 어느 창고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실시간 확인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물건을 파는 판매자들을 이런 제조업체와 직접 연결해준다. 중개자와 대리인은 철저히 배제된다.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 인건비는 싸고 물류비도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 대량주문·운송으로 가격을 한 차례 더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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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물류거점을 대거 구축중인 이들 기업을 공장에 쌓인 미끼 공산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생태계를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는 저가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유통업체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중국 이커머스라고 모든 품목이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품목을 보면 약점이 보인다.
다 잘 팔리는 건 아냐…싸구려의 딜레마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대표가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AliExpress(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잘 팔리는 품목도 미시적으로 분석해보면 달리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디지털 품목인데 전체 매출의 무려 29%를 차지했다. 중국 측이 이커머스의 디지털화를 홍보할 때 빼놓지 않는 부분인데, 말은 디지털이지만 휴대폰케이스와 필름, 충전용 케이블 등이 주류였다. 의류와 가정용품, 자동차 액세서리 등도 아직 품질에 목 매지 않아도 되는 저가품목이 메인이다.
한 현지 마케팅 전문 블로거는 이에 대해 "재고를 오래 쌓아놓을 수 없으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품질에 민감한 제품은 여전히 중국 온라인플랫폼에서 선호되지 않는다"며 "한국이나 유럽, 미국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오히려 인상적인 건 신선식품 영역이다. 알리바바가 보유하고 있는 신선식품 유통 플랫폼인 허마센셩(盒馬鮮生)에서는 킹크랩 등 고가의 제품들도 많이 팔린다. 촘촘하게 갖춰진 배송망을 통해 신속하게 배달이 이뤄진다. 다만 한국과는 다른 저렴한 인건비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알리바바의 한국 신선식품 배송 시장 진출에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IP(지적재산권) 이슈는 상황에 따라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IP에 둔감한 중국 현지에서도 엄연한 등급이 있다. 실제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에 이어 이커머스 전체 2위인 징둥(京東), 타오바오(淘寶, 알리바바 소유), 핀둬둬 순으로 정품 비율이 높다는 게 정설이다. "짝퉁을 사기 싫으면 타오바오나 핀둬둬를 통해서 사지 말라"는 말도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