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이면 다 뜬다?…"주주환원이 핵심 Key…옥석 가려야"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김사무엘 기자, 김창현 기자 2024.0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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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뜨거워진 한국, 훈풍부는 아시아증시(下)

편집자주 한국증시가 예상보다 강한 랠리에 돌입했다. 정부가 준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상장기업 저평가가 해소, 전반적인 주가레벨이 크게 상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외국인들도 한국에 뭉칫돈을 넣고 있는데, 불황을 피해 중국에서 탈출해 표류하던 자금까지 가세하는 중이다.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본에 이어 대만도 비슷한 정책을 준비하는 분위기라 아시아 전반에 훈풍이 분다.

이유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중국보다 배당 적었다니까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결국 주주환원이 핵심 키(Key)다."

한국 주식시장은 '만년 저평가' 늪에 빠진 채 투자자들을 힘들게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물적분할 후 재상장, 깜깜이 공시 행태에 손사레를 치며 떠났다. 글로벌 기업 대비 낮은 주주환원율도 문제로 지적되기 일쑤였다.



이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다.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인 기업들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 빌류업 프로그램' 실시를 예고했다. 시장은 환호했고 그간 저PBR로 꼽혔던 금융, 지주사 등의 주가가 활활 타올랐다.

여의도의 진정한 가치투자자로 불리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아쇠를 당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자본시장에 몸담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와 부조리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김 매니저는 "정부의 제도 미비, 징벌적인 상속·증여세, 투자자들의 주주의식 부족 등으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낮은 주주환원이 문제가 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연결됐다"고 지적했다.

저PBR이면 다 뜬다?…"주주환원이 핵심 Key…옥석 가려야"
◇중국보다 못한 배당성향…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하려면?


코스피지수는 좀처럼 PBR 1배를 넘기 힘들었다. 최근 1년간 단 이틀(2023년 6월5, 7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1배 미만에 머물렀다.

배당성향도 다른 국가에 비해 낮았다. 그의 저서인 '주주환원 시대 숨어있는 명품 우량주로 승부하라'에 따르면 2022년 주요 선진국인 영국(72%), 프랑스(54.2%), 독일(51%), 일본(47.7%)의 배당성향은 40~50% 이상인 것에 비해 한국의 배당성향은 20%로 매우 낮았다. 금융 개방이 덜 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26%)보다도 낮았다.

김 매니저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뿌리째 뽑으려면 정부의 제도 개선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인식과 기업 내부적인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기업들의 이익이 모든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제대로 된 주주환원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김 매니저는 "주주가치가 올라가려면 사회, 제도, 기업 내부적 변화 등 3가치 축이 맞물려야 한다"며 "주주환원을 통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일치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도 단순한 거수기 역할이 아닌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걸어다니는 리서치센터'라 불릴 만큼 그는 그간 수많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한국 자본시장을 체험한 셈이다. 최근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찾는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축이 됐지만 이젠 개인 투자자들도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일반 투자자들이 주주환원에 관심을 갖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필요성을 피력하는가에 따라 변화의 속도가 결정된다"며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국민들도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에 가입돼 있기에 자본시장의 질적 개선이 이뤄지면 함께 수혜를 받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저PBR이면 다 뜬다?…"주주환원이 핵심 Key…옥석 가려야"
◇주주환원 시대, 중소형 저평가 우량주 뜬다

주주환원 시대에는 자산가치가 풍부한 기업과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들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김 매니저는 예측했다. 과거 그는 타 기업에 비해 수익성이 높고 지속적인 성장성을 갖췄으며 자본 구성에도 안정적인 '중소형 저평가 우량주'에 투자해 수익을 냈다.

그가 발굴한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거나 경쟁우위를 확보했지만 시장이 주목하지 않았었다. 김 매니저는 소외된 틈을 타 이 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미리 투자, 시장이 환호할 때 수익을 보는 방법으로 투자를 이어갔다

최근 저PBR주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김 매니저는 이중에서도 옥석을 가려야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자들이 직접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따져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히 PBR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수익, 자산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환원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기업들을 골라야 한다"며 "10년치 재무제표를 해석해 비즈니스 모델과 장단점을 모두 읽는 '금융노가다'를 지금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매니저는 한국투자중소밸류증권자투자신탁과 같은 가치주 공모펀드와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12,415원 ▲45 +0.36%)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주주환원과 지배주고 변화에 관심 있는 투자자 혹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연금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다.

한달새 40% 점프…게임주도 저PBR 열풍, 진짜 수혜주는?
저PBR이면 다 뜬다?…"주주환원이 핵심 Key…옥석 가려야"
성장주의 대표격이던 게임주에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열풍이 분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으로 PBR 1배 이하 게임주들이 재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단순 PBR뿐만 아니라 성장성과 현금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사업을 하는 NHN (22,900원 ▼100 -0.43%)는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16일까지 한 달 동안 주가가 36% 상승했다. 현재 NHN의 PBR는 0.57배로 게임주 안에서도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힌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증시 부양책을 발표한 지난달 17일 이후 재평가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다.

게임업종에서 저평가주로 통하는 웹젠 (16,150원 ▼50 -0.31%)(0.96배, 이하 PBR) 넷마블 (53,300원 ▲200 +0.38%)(0.95배) 컴투스 (38,700원 0.00%)(0.5배) 액토즈소프트 (9,210원 ▲120 +1.32%)(0.49배) 넵튠 (6,060원 ▼10 -0.16%)(0.8배) 등 역시 이 기간 적게는 4~5%대에서 많게는 17%대까지 상승했다.

신작 게임 기대감과 성과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게임주는 통상 성장주 혹은 고평가주로 통했다. 현재 실적도 중요하지만 미래 신작 게임의 가치가 기업가치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방식도 PBR 보다는 PER(주가순이익비율)나 EV/EBITDA(법인세 등 차감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비율)가 더 많이 이용됐다. 게임회사의 순자산보다는 이익창출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증시에 저PBR 열풍이 불면서 게임사도 PBR 관점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상당수 게임사들이 안정적인 게임 IP(지적재산권)를 통해 현금을 쌓는 동안 주가 하락으로 저평가 받아왔음을 감안하면 정부의 증시 부양책을 계기로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2개 게임사의 올해 예상 PBR 평균은 1.6배로 미국(3~4배)이나 일본(2~3배) 게임사에 비해 떨어진다. 12개 회사 중 42%인 5곳은 PBR 1배 미만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게임사 전반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하면서 PBR 1배 이하 기업들은 신규 배당 정책을 도입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게임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임사의 사업구조는 게임 출시를 통한 이익 창출인 만큼 PBR만 보고 투자하기 보다 실적 안정성과 성장성, 현금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신한투자증권은 게임사의 낮은 PBR가 신작 출시 시점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게임사는 신작 개발 과정에서 소요되는 모든 개발 비용(인건비 등)을 당분기 영업비용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게임 출시 이후에는 추가적인 인건비가 발행하지 않는다. 신적 출시 시점에 PBR가 낮다는 건 그만큼 신작 성과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가 높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금 여력도 중요하게 살펴볼 요소다. 게임사의 성장 전략 중 하나는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한 IP 확장인데 현금성 자산이나 보유 자사주 등을 M&A에 활용할 수 있다. 현금이 많다는 건 기존 게임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서는 PBR 1배 이하 게임주 중에서 주목할 종목으로 NHN, 웹젠, 컴투스 등을 꼽았다. PBR 1배 이상 중에서는 크래프톤 (229,500원 ▲4,000 +1.77%)엔씨소프트 (171,200원 ▼1,300 -0.75%) 등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 종목으로 웹젠을 추천하면서 "웹젠은 낮은 PBR뿐 아니라 현금성 자산과 높은 자사주 보유 비율(전체 발행주식수의 15.7%), 단기 실적 전망 등 다양한 조건에 부합한다"며 "지난해 2월 상장 이래 처음으로 소각을 진행한 만큼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사 중 가장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기업은 크래프톤(약 3조2000억원)과 엔씨소프트(약 2조1000억원)"라며 "두 기업 모두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으며 향후 현금성 자산을 활용한 기업가치 개선이라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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