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외부인의 의견을 신문에 싣자는 생각은 1943년 타임스에서 처음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1956년에 다시 논의되었다. 사주의 친구가 수에즈운하 사태에 관한 중요한 글을 하나 보내와서 꼭 게재하기는 해야겠는데 '독자 의견'으로서는 너무 길고 일요일판 매거진에 싣기에는 너무 짧았다. 그래서 편집국에서 오래전에 나왔던 칼럼 아이디어를 다시 끄집어냈다.
시간이 또 흘렀다. 1960년대 후반이 되었다. 그동안 칼럼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결국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칼럼을 사설 맞은편에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칼럼 페이지 편집권이 어느 쪽에 있어야 하는지였다.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실인가 아니면 뉴스 편집국인가. 편집국은 칼럼이 뉴스의 일부라고 주장했고 논설 쪽은 그게 말이 되냐고 펄쩍 뛰었다.
칼럼의 의미에 대해서는 타임스가 2004년 2월 1일자로 잘 정리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칼럼은 사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준다. 특히 사설과 다른 시각, 의견을 제시하는 칼럼이 중요하다고 한다. 원래 신문은 사실을 전달하는 매체다. 사실이 아닌 의견을 신문에 칼럼 형태로 싣기 시작한 이유는 라디오와 TV 뉴스가 새로운 경쟁자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타임스는 가끔 익명 칼럼을 게재한다. 지금까지 모두 7편이다. 2018년 9월 5일자 '나는 트럼프행정부 내 저항세력의 일원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불법 이민자 저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토안보부 공무원들의 범죄행위를 사면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는 폭로였다. 트럼프는 반역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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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문제에 관해서는 타임스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논설위원실과 편집국 간 해묵은 신경전도 재발했다. 위 칼럼 출고 직후 타임스에는 익명 칼럼에 관한 2만3000통의 문의가 들어왔고 타임스는 그중 일부를 답변과 함께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익명 처리는 대개 범죄단체나 테러단체로부터의 필자 신변보호가 이유였다.
타임스의 1970년 첫 칼럼 지면에는 US스틸의 광고가 게재되었다. 전체 지면의 4분의 1이었다. 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신문의 최소 광고비용은 10만 달러를 넘고 타임스 일요일판에 전면 컬러 광고를 실으려면 140만 달러를 내야 한다. 칼럼난 지면의 광고료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9월에 타임스에 게재된 한 칼럼이 닷새 만에 2000만 뷰를 기록했다. 타임스의 칼럼 지면이 '저널리즘 세계에서 가장 고가의 부동산'이라는 비유가 탄생했다.
타임스 같은 전통 미디어는 이제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디지털 미디어와 경쟁해야 한다. 방법은 디지털 미디어에 콘텐츠를 실어 보내거나 스스로 디지털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칼럼도 동영상으로 제작되어서 온라인에 올라간다. 타임스는 90초에서 6분 사이 분량의 칼럼을 업로드하고 있다. 지면 칼럼을 영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상 오피니언을 제작한다. 마치 광고 메시지와 영상 같은 느낌을 준다. 4년 된 동영상 칼럼 중에 조회수 1900만 뷰가 넘는 것도 보인다. 인터넷을 통한 지면과 화면의 융합은 가속할 것이다. 그러나 책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전통적인 모습의 신문도 지속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