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수십조 얽힌 해외부동산…당국 "사업장별 손실 파악중"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02.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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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해외 부동산 사업장별 DB 구축"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손실 확대… 5대 금융지주 이미 1조 잃어
시스템 파급력 제한적 평가…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은행·보험 수십조 얽힌 해외부동산…당국 "사업장별 손실 파악중"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리스크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사업장별 손실 현황 등을 파악 중이다. 보험·은행권에서 수십조원 금액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됐는데 5대 금융지주가 1조원가량 손실을 보는 등 이미 피해가 구체화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개별 회사별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지만 시스템 전체적인 파급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한다.

금감원 "해외 부동산 사업장별 손실 파악 중"
금융감독원(금감원) 관계자는 19일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사업장별로 세부 자료를 받아서 DB를 구축하고 있다"며 "손실 현황이나 자산 가치 변화, LTV(담보인정비율)가 어떻게 변했는지 등 리스크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계속 DB를 업데이트하고 확대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 투자 이외의 투자 방식을 지칭한다. 지난 10년간 저금리와 고유동성으로 미국, 유럽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가 호황을 누렸다. 국내 금융업권도 보험과 은행, 증권사를 중심으로 수십조원을 투자해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금액은 55조8000억원이다. 보험업권이 31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은행 9조8000억원 △증권 8조3000억원 △상호금융 3조7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 2조1000억원 순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주로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다 보니 해외 부동산에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재택근무 활성화 등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시작됐다. 국내 금융회사는 미국과 유럽의 오피스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이들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은 2022년 7월 말 고점 대비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18~21% 하락했다.

투자한 해외 부동산 손실도 본격화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개 금융지주의 해외 부동산 투자 금액은 20조3868억원인데 이중 1조원 이상이 손실로 계상했다. 예컨대 농협금융에선 2018년 571억원을 투자한 미국 부동산 투자 손실률이 98.35%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금리 장기화하면 손실 위험 확대될 수도"
은행·보험 수십조 얽힌 해외부동산…당국 "사업장별 손실 파악중"
금융당국은 개별 투자 회사별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인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우선 금융회사의 손실흡수 능력이 양호하다. 해외 부동산 투자 금액이 가장 많은 보험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224.2%이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비율은 150%다.

투자 금액 만기도 2030년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14조1000억원으로 전체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의 25.4%다. 금융당국은 부실이 발생한 사업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국내 금융회사가 선순위 트렌치(상환우선순위)인 경우에는 투자 금액을 일부 또는 전액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위기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해 개별 프로젝트별로는 단기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경색으로 투자금 손실 위험이 크게 확대될 수 있고 때로는 투자금 전액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정책당국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해외 부동산 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전반에 위험 분석을 위한 정보 집중·정기적 자료 공개 종합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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