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지속가능한 지역 성장, 총체적 혁신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2024.02.2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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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1명으로 반등하더라도 앞으로 50년간 대한민국 인구는 약 3600만명으로 줄고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8%로 상승할 전망이다. '인구절벽'은 '지역소멸'로 이어져 2023년 2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의 절반 이상인 118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지역소멸만이 아니라 계층과 지역, 세대간 격차와 불평등을 유발하고 사회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이슈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온 나라가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저출산 해법'에 두고 전력을 쏟는 이유다. 융자사업이나 현금지원과 같은 파격적인 출산장려 정책도 중요하지만 긴 호흡으로 지역사회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지역의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의 원천인 과학기술을 비롯해 인력, 산업 등을 포괄하는 '총체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대 정부마다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특히 이번 정부는 '지역경쟁력의 합이 바로 국가경쟁력'이라는 기조하에 교육과 의료혁신, 지역의 기업유치, 지역간 경쟁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4대 특구와 함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학연플랫폼 구축 시범사업 등이 좋은 사례다.



다만 지금처럼 여러 부처가 각각의 예산과 기능에 따라 산발적으로 지원하기보다 '지역소멸 위기극복'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초점을 두고 정책간에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테면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기업과 청년' 유입에 나서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모두 성공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역별, 분야별로 비교우위를 찾아 준비된 우수지역에 '선택과 집중'을 해 지원하고 정부지원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환류를 통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유입 환경조성도 필요하다. 지난달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지역별 고령화와 노동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의 고령화 속도는 부산이 가장 빠르고 울산, 대구, 강원, 경북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제조업은 쇠퇴하고 첨단산업 관련 기업은 수도권에 집중돼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된 결과다. 제조업 현장에서 청년이 사라지면 기술전수와 축적이 어려워지고 인건비 증가 등으로 제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제조업은 여전히 우리나라 수출의 80% 이상 차지한다. 우리 제조업의 첨단화와 함께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시급한 이유다. 인구가 7만명에 불과한 일본 사바에시가 10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안경 생산기술을 의료분야에 접목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의료·헬스케어·우주항공분야의 첨단 강소지역으로 성장한 예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지역균형발전은 단순히 수도권의 인구를 분산해 지역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경쟁력이 반드시 인구수와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역 이슈들에 대해 지역 스스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혁신'의 해법을 고민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이러한 혁신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의 지방투자 확대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자체 중심으로 과학기술과 교육혁신, 인재양성, 지역산업 육성 등 총체적인 지역혁신전략을 수립·실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사회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지역혁신정책이 쏟아지고 지역균형발전의 근간이 될 '지역과학기술혁신법'도 조속히 통과돼 지역 차원에서도 R&D의 비효율과 저성과를 떨쳐내는 변곡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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