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RC카 덕후' 놀이터에서 면허 연습..HD현대가 꿈꾸는 건설현장

머니투데이 성남(경기)=이세연 기자 2024.02.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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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사이트솔루션 버츄얼 트레이닝 센터

HD현대사이트솔루션 '버츄얼 트레이닝 센터' 전경/사진제공=HD현대사이트솔루션HD현대사이트솔루션 '버츄얼 트레이닝 센터' 전경/사진제공=HD현대사이트솔루션


굴착기 캐빈(조종석)에서 양손으로 조이스틱을 조작하자 RC(Remote Control) 굴착기가 움직인다. 좌우로 스틱을 움직여 굴착기의 버킷을 안쪽으로 끌어당기자 편백나무칩이 한가득 담겼다. 다시 버킷을 들어 올린 뒤 오른편에 마련된 바구니에 편백나무칩을 쏟아낸다. 이곳은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 위치한 HD현대사이트솔루션 버츄얼 트레이닝 센터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15일 찾은 경기도 성남시 GRC 7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21평 남짓한 공간에 각종 건설기계의 RC모델, 조종석, 조이스틱들이 보였다. 공간은 크게 △RC 모델 실내훈련장 △VR 체험존 △원격조종 스테이션 △VR 검증 협업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오대진 HD현대사이트솔루션 책임연구원은 이곳을 '연구원들의 놀이터'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오 책임연구원의 취미가 트레이닝 센터로 탄생했다. 건설장비의 구조를 해석하는 일을 하는 오 책임연구원은 "좋아하는 것과 일을 연관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유압으로 작동하는 건설장비 RC모델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RC 모델은 실제 장비의 14분의 1 스케일로 제작됐다. 내부에는 실제 굴착기의 부품이 그대로 축소되어 들어가 있다. 한대의 무게는 약 30㎏에 달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굴착기, 휠로더, 지게차, 굴절 덤프트럭 등 실제 건설장비의 작동원리가 적용된 RC모델 16대를 만들었다. RC카처럼 3인칭 시점에서 조종할 수도 있지만, 고글을 착용하면 실제 운전사와 같은 1인칭 관점에서 운전하며 감을 익힐 수 있다.
15일 HD현대사이트솔루션 직원들이 건설장비 RC모델 조종 체험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사이트솔루션15일 HD현대사이트솔루션 직원들이 건설장비 RC모델 조종 체험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사이트솔루션
연구원들은 이곳에서 RC 모델을 활용해 각 장비에 나타나는 동역학을 연구한다. 실제 장비에서보다 쉽게 하중의 크기, 방향 등 조건을 분석하고 고도화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의 작업 내용으로 가상 공간 내 디지털 트윈 모델과 RC모델을 조종해 제품을 평가한다. 획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의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굴착기와 지게차를 임직원 정규 교육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장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건설기계조종사 면허 취득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오 책임연구원은 "실차교육을 가면 충격이 강하고 소리도 커서 무서움을 느끼는 분들이 있지만, 이곳에선 안전사고나 시공간의 제약 없이 마음껏 운전해볼 수 있어 습득이 빠르다"며 "센터에서 사전교육을 수강하면 기존 3~4회 필요하던 실차교육을 1~2회만으로도 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다음 주 센터를 찾아 훈련을 체험해볼 예정이다.

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래 스마트 건설현장을 구현할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이다. 증강현실(AR) 글라스를 통해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거나, 원격으로 장비를 조종하는 무인 현장을 꿈꾼다. VR 협업 플랫폼을 통해 해외 법인과 원격으로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현실이 될 예정이다. 하드웨어 기업을 넘어 건설현장 전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단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비전과 일치한다.

박흥근 HD현대사이트솔루션 기술원 상무는 "단순히 장비 운전의 연습을 위한 작업장이 아니고 스마트 작업장 건설현장을 시현해보고 솔루션을 개발·검증하는데 활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VR 검증 협업 플랫폼 체험/사진제공=HD현대사이트솔루션VR 검증 협업 플랫폼 체험/사진제공=HD현대사이트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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