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가왕' 우승자 전유진, 어떻게 '트로트계의 뉴진스'가 됐나?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2.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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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트 시장은 더 이상 장년층 놀이터가 아니다!

사진=MBN사진=MBN


트로트 가수 전유진(18)이 1대 현역가왕에 등극했다. 지난 2019년 ‘미스트롯’ 이후 촉발된 트로트 오디션 열풍 속에서 처음으로 배출된 ‘고교생 우승자’다. 미성년자라는 뜻이다. 트로트는 한(恨)과 정(情)의 노래이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야 더 잘 부를 수 있다는 편견마저 깼다. 트로트 시장은 더 이상 장년층 가수들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전유진의 선언이라 할 만하다.

전유진은 2006년생이다. 현재 포항 동성고에 재학 중이다. 어릴 적에는 민요를 잠시 배우기도 했지만, 또래처럼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고 댄스동아리 활동도 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그의 인생을 바꾼 인물이 있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다. 그는 2019년 방송된 ‘미스트롯’에서 송가인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후 트로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때 그의 나이 13세였다. 그리고 불과 5년 만에 전유진은 쟁쟁한 현역 선배들과의 대결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5년은 파란만장했다. 길지 않은 전유진의 인생 속에서 가장 치열한 5년이었다. 2019년, 제19회 포항해변전국가요제에 참가해 ‘용두산 엘레지’로 대상을 받았다. 트로트를 시작한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유진의 노래 부르는 모습은 각종 유튜브 채널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KBS ‘노래가 좋아’를 통해 방송가에 입성했다. 1회에서는 다시금 ‘용두산 엘레지’를 꺼내들어 우승을 차지했고, 실력자들이 겨룬 결선 무대에서는 ‘쓰리랑’을 불러 최종 준우승자가 됐다. 이후 출연했던 MBC 예능 ‘편애중계’에서도 준우승이 그의 몫이었다.

이렇듯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한 전유진이 출사표를 낸 ‘미스트롯2’(2020)는 그의 트로트 인생에서 새로운 국면이자 시련이었다. ‘미스트롯2’에 참가한 초등학생인 김다현, 김태연 등이 ‘신동’이라는 수식어를 가져갔기 때문에 전유진은 보다 여문 실력을 선보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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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에서 금잔디의 ‘서울가 살자’로 올하트를 받으며 산뜻하게 출발선을 끊은 전유진은 본선 1차 티미션에서 성민지, 파스텔걸스와 함께 ‘성민지화자좋다’를 결성해 윤수현의 ‘손님 온다’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역시 올하트였다. 그리고 이어진 본선 2차전 1:1 데스매치에서는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이 된 성민지와 맞붙어 패했으나 추가 합격해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본선 3차전인 메들리 팀미션에서 양지은, 김태연, 윤태화, 윤희 등과 호흡을 맞췄으나 최종 탈락했다. 하지만 당시 전유진 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질 정도로 이미 그를 향한 상당한 팬덤이 구축됐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전유진은 싱글 ‘사랑...하시렵니까?’을 비롯해 앨범 ‘퍼스트 유진’, ‘네버랜드’ 등을 발표하며 어엿한 현역 가수로 자리매김했고, 이를 기반으로 ‘현역가왕’에 도전장을 냈다.

‘현역가왕’에서 전유진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전진했다. 1차 무대인 자체평가전에서는 30점 만점 중 21점을 받았다. 고득점이라 볼 수는 없지만 그가 부른 ‘꼬마 인형’이 유튜브에서 인기급상승동영상 1위에 오르며 그의 인기를 증명하는 기회가 됐다.

본선 1차전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스크걸을 지목해 198:91로 완승을 거뒀다. 본선 2차전 팀미션에서는 대장 자격으로 강혜연, 김지현, 박혜신, 윤수현 등과 ‘비빔걸스’를 결성했고 중간 점수 274점으로 4위에 올랐다. 전유진의 진가는 대장전에서 발휘됐다. 그는 ‘아름다운 강산’을 택해 300점을 획득했고, 2위에 올랐다. 그 결과 합산 점수에서도 비빔걸스를 종합 2위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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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3차전은 위기였다. 1라운드 한곡대결에서 마이진을 듀엣 상대로 지목했으나 130:230으로 패했다. 2라운드 뒤집기한판에서는 장덕의 ‘소녀와 가로등’을 불렀고, 1, 2라운드 합산 최종 10위에 올랐다. 남아 있는 18명 중 1∼9위는 다음 라운드에 직행했으나 10∼18위는 패자부활전을 치렀고, 전유진은 요요미, 유민지와 함께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불러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는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김다현과의 대결이 성사됐고, 결국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2라운드 끝장전에서 ‘달맞이꽃’으로 1위를 차지하며 만점인 140점을 맞아 준결승전 최종 1위에 랭크됐다.

그리고 열린 결승전.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전유진은 실수 없는 무대로 화답했다. 1라운드에서 이정옥의 ‘숨어 우는 바람 소리’를 선곡했고, 중간 순위 1위에 올랐다. 2라운드에서는 ‘옛 시인의 노래’를 골랐고 종합 4832점으로 최종 우승자가 됐다. 준우승자인 마이진의 팬덤이 힘을 발휘하며 대국민 문자투표 차이는 불과 0.7%였다. 하지만 전유진은 심사위원 점수를 비롯해 그밖의 평가 항목에서 마이진의 추격을 뿌리쳤다.

전유진은 팬덤과 실력, 그리고 스타성까지 3박자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역가왕’의 진행자인 신동엽이 그를 ‘트롯계의 뉴진스’라 부른 이유다. ‘현역가왕’의 우승과 함께 그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고작 18세다. 무엇을 시도해도, 무엇에 도전해도 되는 청춘이다. ‘낭랑 18세’ 전유진이 그가 우상으로 삼던 송가인에 이어 트로트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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