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과 울버린, ‘마블 구하기’ 명 받고 전입왔습니다!

머니투데이 영림(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2.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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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만담콤비', 위기의 MCU 구원할 수 있을까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언젠가부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무슨 작품을 내든지 시큰둥 해진지 오래다. ‘인피니티 사가’의 대미를 장식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포일러를 듣지 않기 위해 애를 썼던 시절이 꿈만 같다.

지금의 MCU에 대해 비유하자면 마치 왕조 시대를 누리다가 어느 날부터 리그 하위권이 자연스러워진 야구팀을 보는 것 같다. “너희가 뭔데 MCU를 망쳐!” 소리가 단전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릴 때 필요한 건 결국 ‘돌+아이’일 수밖에 없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뒷일은 절대 생각하지 않고 들이받는 ‘돌+아이’가 나와 케빈 파이기의 볼기짝을 치든 차려진 상을 뒤엎든 해야 한다. 다행히 MCU에는 새로 편입된 극강의 ‘돌+아이’가 있다.

7월에 개봉 예정인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기존 MCU에서 절대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두 캐릭터가 등장한다. 20세기 폭스사가 구축한 ‘엑스맨 유니버스’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이 MCU에 선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징적인 의미와 별개로 최근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데드풀이 엉망진창이 된 MCU 스토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임을 암시한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드라마 ‘로키’ 시리즈에 등장한 기관 TVA의 모니터로 MCU의 주요 장면을 보면서 “내가 마블의 예수님이야”라고 외치는 모습은 그가 MCU 곳곳을 오가며 일종의 ‘가지치기’를 할 것을 기대하게 한다.


이런 설정은 엄연히 이 영화의 주인공이 데드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데드풀은 마블 코믹스 내에서도 ‘마블 죽이기’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스스로 만화 캐릭터임을 인지한 데드풀이 캡틴 아메리카에서 타노스까지 전 캐릭터를 학살하고 자신을 그린 작가까지 정리한 바 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독자들을 바라보고 ‘조만간 너에게 찾아가 주겠다’고 경고까지 한다.

데드풀이 디즈니 산하의 MCU에 편입된 만큼 이 정도까지의 수위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그가 등장한 이상 뭐든 가능하다.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의 폭주하는 ‘똘끼’를 MCU가 얼마나 똑똑하게 이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이처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기본 설정에 ‘엑스맨 유니버스’의 또 다른 대표 캐릭터 울버린이 등장한다. 이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엑스맨’ 찰스 자비에가 등장했지만, 이번 울버린의 출연은 여러 의미에서 ‘꿈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MCU 편입 전에도 데드풀은 울버린과 이를 연기한 배우 휴 잭맨을 수없이 언급해 왔다. 영화 ‘로건’에서 울버린의 멋진 퇴장을 시샘해 스스로 폭사를 시도하는가 하면 “내 덕분에 청소년 관람 불가로 영화를 찍었으면서 나보다 더 훨씬 떴다”고 불평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렇게 목 놓아 외쳤던 울버린이다. 이번 티저 예고편에도 울버린의 뒤태가 등장했고 유출된 촬영 현장 사진에도 코믹스 속 엑스맨 코스튬을 입은 울버린과 데드풀의 모습이 공개됐다. 실제로도 절친 사이인 데드풀과 울버린의 케미스트리는 MCU 세계관과 별개로 또 다른 재미를 줄 예정이다.

마블 코믹스 원작 내에서도 데드풀과 울버린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다. 둘 다 모종의 실험으로 원치 않았던 ‘힐링팩터’(자가 치유 능력)를 갖게 된 서사를 생각하면 동병상련의 처지지만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데드풀과 필요한 말만 하고 우직한 성격의 울버린은 섞일 수 없는 상극이다. MBTI로 치면 극강의 E와 I의 만남이다.

그러나 이 둘의 케미스트리는 원작 코믹스 팬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늘 돌출 행동을 하는 데드풀과 이를 귀찮아하고 제어하다가 어느새 같이 휘말린 울버린의 벙찐 반응 때문이다. 이 둘이 이렇게 티격태격하다가 북한까지 가 임무를 수행한 에피소드도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데드풀, 울버린의 케미는 코믹스 내 대표적인 수다쟁이인 데드풀, 스파이더맨과는 또 다른 맛이다. 데드풀, 스파이더맨이 둘 다 튀려고 하는 개그 콤비라면 데드풀, 울버린은 멍청한 짓을 하는 역할, 이를 지적하는 역할이 확실히 나눠진 ‘만담 콤비’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이번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을 통해 구현된 두 캐릭터의 MCU 속 첫 만남이 어떤 색일지 기대감이 커진다.

만났어도 이미 진작에 만났어야 할 두 캐릭터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만남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MCU 팬들을 구원할 진짜 ‘마블의 예수님’이 될지, “또 속았다”며 땅을 치게 만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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