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약기업 수익성 '근육' 키운다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2.16 05:30
글자크기
중소 제약기업 수익성 '근육' 키운다


국내 중견·중소 제약사들이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사업구조를 바꾸고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생존을 위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위업체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단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과, 제일약품, 부광약품 등 국내 주요 중견 제약사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가장 최근 눈에 띄는 곳은 일동제약 (15,280원 ▲210 +1.39%)이다. 일동제약은 연간 5000억원대 매출액에도 불구, 연구개발비 지속 투입 등에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를 분할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유노비아는 자체 자금 조달을 통해 유망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하고, 일동제약은 수익성 발목을 잡던 연구개발비 부담을 한층 덜기 위함이다. 해당 효과는 지난해 4분기 즉각 반영돼 별도 기준 13분기 만에 흑자전환(영업이익 76억원)에 성공했다.

제일약품 (16,410원 ▼10 -0.06%)은 신약 개발 경쟁력 부각에 집중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75% 가량을 상품 매출로 거두고 있다. 낮은 상품 매출 수익성에 지난 2021~2022년 7000억원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1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구조 개편을 위해 2020년 신약 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설립했지만, 사업 초기 특성상 적자를 면치 못해 왔다.



하지만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지난달 기술성평가를 통과하면서 연내 기업공개(IPO) 일정이 본궤도에 진입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자스타프라잔'의 신약허가 신청을 지난해 6월 제출한 점과 16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한 경쟁력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자스타프라잔은 현재 시장 주류인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국산신약 37호' 유력 후보로 지목되는 품목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자스타프라잔이 허가를 받게 되면 회사가 배출한 첫 국산 신약에 이름을 올린다는 점에서 단순 매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특히 위식도역류질환 외 위궤양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역시 진행 중인 만큼, 적응증 확대를 통한 추가적인 신약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부광약품 (6,150원 0.00%)은 가장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돌입한 상태다. 부광약품은 최근 5년새 가장 저조한 실적을 지난해 기록한 상태다. 2022년 2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364억원까지 커졌다. 이에 2022년 최대주주에 오른 OCI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며 지난해 하반기 고강도 포트폴리오 조정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고수익 제품 위주로 구성을 바꾸고 신약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도 검토한다는 전략이다. 또 최근 OCI와 통합 절차에 돌입한 한미와의 그룹 통합이 완료된 이후 '한미-부광' 간 협업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우현 OCI 회장 겸 부광약품 대표는 지난 8일 부광약품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3분기 부광약품의 경영전략을 매출 중심이 아닌 손익 위주로 바꿔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미와의 통합 절차가 마무리 되면 부광과의 협업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SK케미칼 (57,800원 ▲300 +0.52%)은 제약 사업 전략을 매각에서 지속으로 선회했다. SK케미칼 제약사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부진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룹 내 제약·바이오 역량 집중을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와 사업 매각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최종적으로 사업 지속을 결정하면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 및 기존 주력 품목 추가 성장, 국내외 파트너와의 공동 마케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R&D 성과 역시 확보해 중장기 인프라를 구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제약 사업 지속 결정은 사업부의 안정적 운영과 성장, 대내외 환경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 결과"라며 "기존 사업의 강점은 살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은 발굴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