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 북한 망연자실?…"절친이 절교한 지인 만난격"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4.02.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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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전문가들 "경제위기 빠진 쿠바, 이념 대신 경제 택한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18년 6일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2018.11.7 / 사진=뉴스1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18년 6일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2018.11.7 / 사진=뉴스1


한국이 쿠바와 극비 추진한 '수교 작전'을 성공시키면서 북한이 느낄 충격파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최고 절친이 최근에 절교한 지인과 만난 격'이라는 비유까지 내놨다. 경제위기에 처한 쿠바 정부로선 이념 대신 경제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쿠바 입장에선 북한이 과거에 절친일 뿐이지 더는 미래 동반자가 아닌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선임은 "미국의 제재조치로 경제위기에 빠진 쿠바로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쿠바식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다"며 "쿠바가 사회주의 체제는 유지하면서도 실용주의적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북한은 과거의 관성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쿠바가 우리나라와 손잡은 배경은 북한이 미워서라기보단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라면서도 "다만 북한이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교전 중인 국가'로 천명한 시점에 한-쿠바 수교가 이뤄져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지난 14일 오전 8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쿠바와 외교 공한(公翰) 교환을 통해 '한국-쿠바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 사진=뉴스1한국은 지난 14일 오전 8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쿠바와 외교 공한(公翰) 교환을 통해 '한국-쿠바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 사진=뉴스1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로 이어진 최대 우방'이 한국과 수교를 맺은 데 대해 북한이 느낄 자괴감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교는 과거 한국이 중국·러시아와 수교했을 때 느꼈던 충격보다 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으로선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쿠바가 한류 영향 등을 받아 수교에 선뜻 응한 사례를 보면서 북한 내부에선 '한류 단속이 필요하다'는 기조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 정권은 한류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법안을 만들었다. 지난해 국가비밀보호법·평양문화어보호법을 비롯해 2022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선 '적대국 영화나 녹화물·편집물·도서를 유입·유포한 경우 무기 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쿠바와 문화, 인적교류, 개발협력 등 비정치 분야 교류를 확대했다"며 "특히 문화교류를 통한 양국 간 우호인식 확산이 이번 수교에도 기여한 만큼 북한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14일 오전 8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쿠바와 외교 공한(公翰) 교환을 통해 '한국-쿠바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외교 공한을 교환한 뒤 공표시점을 '분'까지 합의할 정도로 극비 추진됐다. 이같은 배경은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 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는 향후 쿠바 정부와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후속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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