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방통위, 휴대폰 보조금 '엇박자'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4.02.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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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이통3사 '비슷한 금액 이유' 담합 조사중
방통위 "차별행위 방지위한 기준 설정" 이의 제기
통신업계 "단통법 준수했는데 …부처 이견 혼란"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집단상가 /사진=박효주강변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집단상가 /사진=박효주


이통3사(SK텔레콤 (50,700원 ▲200 +0.40%)·KT (34,500원 ▼100 -0.29%)·LG유플러스 (9,540원 ▼50 -0.52%))가 휴대폰 판매장려금 규제를 놓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서 이중고에 시달린다. 공정위가 휴대폰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에 이통3사간 담합이 있었다는 취지로 1년 넘게 조사를 진행 중인데 이통3사는 방통위가 제시한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가이드라인을 따랐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만간 방통위를 만나 이통3사를 상대로 1년여간 진행한 휴대폰 판매장려금 담합 관련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공정위는 방통위와 의견을 교환한 후 이통3사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판매장려금은 이통사나 제조사가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 유통망에 제공하는 지원금이다. 방통위는 2014년 단통법 가이드라인으로 판매장려금 기준을 약 3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 이상 판매장려금이 지급되면 불법보조금으로 유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통사들이 영업정보를 교환해 판매장려금을 담합했다고 보고 지난해 2월부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통3사의 판매장려금이 대동소이해서다. 방통위는 즉시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통3사는 방통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30만원선의 판매장려금을 제공해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장려금 기준선(30만원)을 설정한 것은 사용자 차별행위를 방지·근절하기 위한 단통법 집행행위며 법령에 따른 정당한 관리감독 행위"라면서 "판매장려금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지원금 경쟁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집행해왔다"고 강조했다.

통신업계는 부처간 규제 엇박자에 사업자들만 1년 넘게 조사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후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등 제재를 받아왔는데 이제는 단통법을 준수했다는 이유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며 "공정위와 방통위 중 어느 부처 의견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단통법 폐지가 논의되는 점과 관련해서도 "지원금 관련 규제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이를 놓고 불법여부를 논하는 것은 이중규제가 아니냐"고 했다.

공정위의 고심도 깊어진다.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 독과점 문제를 지적한 이후 즉각 조사에 착수했지만 방통위가 단통법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이통3사의 불법여부를 따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중에 종료하겠다고 약속한 이통사 판매장려금 담합조사는 해를 넘겨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정위 경쟁정책자문단 자문위원인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인위적 담합을 규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통법은 입법 당시 나름의 목적이 인정된 '특별법'이므로 경쟁당국이 주무부처의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며 "입법 취지에서 벗어난 경쟁제한적인 규제가 있다면 경쟁당국이 의견을 제시하고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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