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징역 12년…"막장 현실, 소설가 상상 뛰어넘어"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4.02.15 04:40
글자크기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청조가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3.11.10.[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청조가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3.11.10.


재벌 3세 행세를 하며 투자자에게 3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청조(28)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양형기준을 웃도는 중형을 선고했다. 최초 사기 범행 후 반성하지 않고 유명인에게 접근해 더 큰 범행을 기획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마스크와 안경을 쓰고 법정에 섰으며, 선고 중 오열하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양형기준 상한인 징역 10년 6개월을 넘어서는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양형 이유에 대해 "수많은 사기 범행으로 징역형 살고 나오자마자 반성은커녕 더 많은 돈을 편취하기 위해서 특정 유명인에게 접근해 거대한 사기 범행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인지능력은 불완전하기 그지없고 제어되기 어려운 탐욕이나 물욕과 결합할 때 더욱 그러하다"며 "전청조는 이러한 점을 너무 잘 알고 주위 모든 사람에게 사기 벌여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망가뜨렸다"고 밝혔다. 또 "그 유명인을 사랑했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럽고 공허하게만 들린다"고 했다.



재판부는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형제'를 언급하며 이 사건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병철 부장판사는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이 먹고살기 위해 가슴을 넣었다 뺐다 하며 가슴이 커지는 가짜 크림을 판다"며 "그러다 이 사건을 접했는데 성별까지 왔다 갔다 하는 막장의 현실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인간의 탐욕과 물욕을 반면교사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씁쓸한 소회가 든다"며 "소설 속 인물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 먹고 살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욕구로 그런 행위를 했다. 전청조는 '일상이 사기였다'는 재판 중 본인의 말처럼 범행을 돌아보고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전씨와 함께 구속기소 된 경호팀장 이모씨(27)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됐다. 이씨는 전씨의 경호원 행세를 하며 전씨와 공모해 범죄 수익 일부를 관리했고 이 가운데 일부를 나눠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파라다이스 호텔의 숨겨진 후계자 등으로 행세하며 재벌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가 있다고 속여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강연 등을 통해 알게 된 27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약 30억원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전씨의 경호원 행세를 하며 전씨와 공모해 사기 범죄 수익 약 21억원을 송금받아 관리하고 이 중 약 2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