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호되게 당했던 게임처럼?…"알리 돌변할 것" e커머스 긴장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4.02.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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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비상식적 저가 공세, 중장기 생태계 파괴할 것" 우려
짝퉁 브랜드 제재 수단도 미흡하다는 지적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대표가 2023년 12월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AliExpress(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대표가 2023년 12월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AliExpress(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국내 시장 진입 초기에는 소비자에게 무료 배송, 납품 제조사엔 수수료 무료를 제시해서 영향력을 키우겠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완전히 다른 행태를 보일 겁니다"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에 대해 국내 e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는 상당하다. 지금은 시장의 메기 역할을 자처하며 국내 소비자와 제조사에 러브콜을 보내지만, 경쟁사가 점차 사라지면 포식자로 바뀌어 국내 유통산업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가 14일 처음으로 네이버, 쿠팡, 지마켓, 11번가, 쓱닷컴 등 e커머스 5개사 실무진을 만나 중국 플랫폼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우려에서 비롯됐다.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은 현재 중국 플랫폼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1000원 무료 배송 같은 비상식적 아이템 거래가 이미 알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 입장에선 배송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플랫폼이 해외직구 상품 외에도 생활용품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 국내 e커머스 업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알리는 LG생활건강 (401,000원 ▲1,000 +0.25%), 애경산업 (23,700원 ▼300 -1.25%) 등 국내 생활용품 대표 브랜드 제조사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오기 위해 '오픈마켓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시한다.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일단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중국 플랫폼의 강점인 '초저가' 상품은 가짜 브랜드 즉, 짝퉁 상품을 판매하는 불공정행위와 무관치 않다. 현재 알리에선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 브랜드는 물론 구찌를 비롯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짝퉁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알리는 지난해 말 짝퉁 방지와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해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e커머스 플랫폼에서 짝퉁을 판매하면 강력한 제재를 받는 것과 달리 중국 플랫폼 기업에 대해선 통관 절차 외에는 마땅한 처벌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한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알리가 짝퉁 방지 방안으로 특정 브랜드 검색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실제로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알리에서 구찌, 샤넬 등 특정 브랜드는 검색이 되지 않지만 '명품 가방'이란 검색어를 넣으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짝퉁 제품이 나온다.

중국 플랫폼이 확산하면 지마켓, 11번가 등 국내 오픈마켓에서 영업 중인 수 십만명의 중소 소상공인이 타격을 받을 거이란 우려도 크다. 이들 중에는 중국 플랫폼에서 제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도매상 역할을 하는 알리가 플레이어로 직접 나서면 이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 플랫폼이 시도하는 저가 경쟁은 결국 e커머스 시장의 전반적인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번 사태가 과거 2010년대 초반 중국 게임 업체들의 국내 진출 흐름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 중국 게임사들은 한국 개발자에게 기존 연봉 2~3배를 주고 영입했다가 불과 1~2년 만에 철수했다. 국내 개발 인력의 노하우만 단기간에 빼가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예전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국내 유통사로 게임을 판매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플랫폼법(플랫폼경쟁촉진법)을 추진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중국 플랫폼이 e커머스 생태계를 위협하는 상황인데, 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제도를 새로 만들면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내외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중국 플랫폼은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하고 있다. 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작년 초 300만 명대에서 지난달 약 717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국내 e커머스 2위인 11번가(759만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출시한 테무도 두 달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모았고 월평균 350만명 이상의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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