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쓰나미' 과징금에 배당축소까지..'기로에 선' 은행 이사회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권화순 기자 2024.02.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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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가중자산에 '손실사고' 10년간 반영해야…과거 은행 배상안에 사외이사 반대한 사례도

'ELS 쓰나미' 과징금에 배당축소까지..'기로에 선' 은행 이사회


올해만 700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에 대한 은행의 셈법이 복잡하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배상은 물론,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과 대규모 손실사고가 향후 10년간 배당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최종 결정권을 쥔 이사회 멤버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게 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신용리스크와 시장·운영리스크 등을 담은 바젤3 위험가중자산(RWA) 산출 최종안이 은행권에서 전면 시행됐다. 운영리스크에는 과거 10년간 발생한 손실요소(손실데이터)를 반영해야 한다. 대규모 손실요소가 발생하면 향후 10년간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H지수 ELS로 인한 손실배상과 과징금 등도 손실요소 중 하나로 운영리스크에 10년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바젤3가 규정한 손실사건의 유형에는 '부적절한 영업과 마케팅 행위'가 포함돼 있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손실 배상, 과징금 납부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운영리스크 증가로 RWA가 늘면 은행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 등에 영향을 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험가중자산에는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 운영리스크가 반영되는데, 운영리스크는 정성적인 측면을 수치화한 경향이 강하다"며 "부적절한 업무절차와 시스템 등으로 발생한 잠재적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지주 배당,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비율에 따라 주주환원율을 결정한다. 예컨대 보통주자본비율이 13%를 넘길 경우 증가한 자본비율의 50%를 주주환원에 쓰는 방식 등이 있다. 위험가중자산의 증가에 은행권은 물론 주주까지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손실배상, 과징금, 건전성 영향까지' 고려해야…배당 감소 시 '외국인 주주' 불만 우려도
'ELS 쓰나미' 과징금에 배당축소까지..'기로에 선' 은행 이사회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 따라 불완전판매 인정과 ELS 손실 중 어디까지 은행이 배상하느냐를 두고 이사회의 역할에 이목이 쏠린다. 분쟁조정이 완료되기 전 자율배상을 결정하면 배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조정 이후에도 소비자보호만을 고려해 조정안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오는 3월 약 75%가 임기 만료된다. 2+1년에 따라 임기가 연장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제도 개편을 주문한 상황에서 ELS 사태까지 터져 대규모 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과거 라임펀드 사태 때 분조위가 결정한 전액배상 권고 당시에도 일부 은행에서 사외이사가 배상안에 반대하는 사례도 있었다. 배상권고를 수용할 경우 다른 상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은행의 잘못이 입증되지 않은 사례까지 배상할 경우 배임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ELS 사태로 사외이사의 머릿속은 더 복잡하다. 올해 만기도래액만 15조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판매가 규모가 크고, 손실률이 50%가 넘어 배상규모가 '역대급'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적용되면 과징금 이슈까지 덧붙는다.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 금융사 경영진과 이사회 모두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배당감소는 외국인 주주의 불만도 키울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외국인 보유지분이 73.9%에 이르고, 하나금융지주(70.14%)와 신한금융지주(61.04%)도 보유지분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적발하고, 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실 규모가 크고 여러 사람이 얽혀 있는 만큼 배상안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금소법이 적용되는 대규모 손실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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