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vs형제 갈등에…널뛰는 한미사이언스 주가, 어느 장단에 맞출까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02.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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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다중채무를 해결하는 동시에 한미그룹을 본인 기업에 활용하려는 사익 추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 이슈를 겪고 있는 한미그룹은 지난 13일 형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이 경영에 복귀하겠다고 나서자 이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로 이날 한미사이언스 (32,800원 ▼1,100 -3.24%)의 주가는 전일 대비 6.98% 오른 4만4450원을 기록했다.

한미그룹은 OCI (79,600원 ▼2,500 -3.05%)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는 모녀 송영숙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를 반대하는 임종윤 사장, 임종훈 대표 형제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슈로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전날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 교체 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사장이,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임종윤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직접 경영에 나서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두 형제 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8.4%, 송 회장 측의 지분은 35%로 알려져 있다.

송 회장 측도 즉각 입장을 내며 형제의 경영 복귀에 대해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인 사업에만 몰두해 왔던 임종윤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하고 있어 매우 의아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한미그룹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대부분이 주식 담보 대출에 사용됐고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 부족해지면서 직계 가족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도 추가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종윤 사장이 분쟁을 통한 주가 상승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주주들은 이런 경영권 분쟁이 지주사 주가를 크게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실제로 오너가의 싸움이 절정을 향해갈 때마다 주가는 상승했다.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13일 3만4450원이었던 주가는 2개월 동안 3만원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달 15일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과 통합을 발표하자 주가는 4만3300원으로 전일 대비 12.76% 뛰었다. 다음날인 1월16일에도 주가가 전일 대비 29.79% 오른 5만6200원으로 52주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다시 주가는 하락해 3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갔다.

주가를 다시 띄운 건 임 형제였다. 지난달 24일 두 형제는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더 이상 특수관계로 볼 수 없어 앞으로 연명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사실상 가족 관계가 틀어졌음을 공개한 것이다. 이에 다음날인 1월25일에는 주가가 전일 대비 10.03% 오른 4만39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소폭 하락해 4만원대 초반을 유지했던 주가는 임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겠다는 발표에 급등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은 "과거 한진칼, 한국타이어처럼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양측의 분쟁은 3월에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모녀와 형제 모두 '표 싸움'에 돌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보유한 주식을 늘려야 하는 모녀와 형제의 치열한 싸움 속에서 한미사이언스 주가의 널뛰기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모녀와 형제 측 모두 공개매수와 관련해서는 '관심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건 이미 여러 차례 사례로 확인됐다.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 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2020년 당시 주가가 11만원 선까지 올랐다.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의 주가도 '형제의 난'이 다시 시작된 지난해 12월5일 주가가 전일 대비 29.9% 오른 2만1850원으로 급등했다. 두 주가 모두 분쟁이 봉합되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모녀와 형제 모두 공개매수에는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며 "경영권 분쟁과는 상관없는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미사이언스는 당분간 경영권 분쟁 이슈로 인한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결권 다툼 시 기타 특별관계자, 신동국, 국민연금공단의 향방이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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