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한의학 박사) 일중한의원장
방광염은 중년 남녀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병이다. 잔뇨·빈뇨·급박뇨·야간뇨 등 여러 가지 배뇨장애 증상과 함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재발이 잦아 만성적인 피로감과 심한 우울감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환자도 더러 있다. 만성 방광염, 과민성방광, 간질성방광염 환자 중에는 평소 불안과 스트레스로 긴장 상태가 지속돼 신경성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식욕이 없고 자주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하다고 호소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약 10m의 거리를 23~24시간에 걸쳐 이동하며 소화·흡수된다. 입에서 음식물을 부수면 침과 섞어진 음식물이 연동 운동을 통해 식도를 거쳐 위로 보내진다. 위에서는 위액을 분비해 걸쭉한 상태로 소화를 위한 사전 준비를 마친다. 이런 일련의 소화 과정은 자율신경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소화는 우리의 뇌가 일일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데, 이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자율신경이 전체 과정을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율신경은 스트레스, 긴장, 위기 등의 심리 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 몸이 위기를 인식하면 이를 극복하는 데 최적의 상태로 변화하는데, 동공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며 소화기관의 기능이 위축되는 것은 자율신경계의 작동 때문이다. 위기를 느끼는 상태, 즉 스트레스 상태가 해제되면 우리 몸은 동공과 심장박동, 소화 기능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게 된다.
항생제 장기 복용으로 인한 소화기 장애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래저래 악순환에 빠져 전신 건강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원인 질환인 방광염의 적극적인 치료도 필수다. 적절한 한방 치료를 통해 방광염 증상들이 해소되면 스트레스가 줄고 콩팥·방광의 기능이 개선돼 전신의 순환 능력과 불편했던 소화기 증상들도 함께 좋아질 수 있다. 방광염 환자를 치료할 때는 직접적인 증상과 더불어 전신 건강을 두루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