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비만 잡고 간·뇌·심장 질환까지…식지않는 'GLP-1' 열풍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4.02.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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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비만 잡고 간·뇌·심장 질환까지…식지않는 'GLP-1' 열풍


전 세계적인 비만치료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는 없어서 못 판단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데다 체중 감량으로 미용 효과를 보려는 수요까지 더해져 비만 치료제 열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 우세하다.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글로버 시장에서 'GLP-1'(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두 비만 치료제 모두 장내 호르몬의 일종인 GLP-1을 활용한 신약이기 때문이다.



GLP-1은 사실 당뇨 치료제로 먼저 연구가 시작됐지만, 비만 개선 효능이 입증되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이미 당뇨와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아 제품 출시가 시작된 데 이어 최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MASH라고 표현하기도 함)과 퇴행성 뇌질환, 심혈관질환 치료제로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만병통치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GLP-1 개발 도전도 이어지고 있고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GLP-1과 관련한 치료제 개발 영역이 당뇨와 비만을 넘어 NASH, 퇴행성 뇌질환, 심혈관 질환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미 당뇨와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이라 인체 안전성은 일정 부분 확인된 셈이다. 국내외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GLP-1과 관련한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다.



특히 비만 치료제의 성공으로 공급 부족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GLP-1의 몸값이 치솟았다. 비만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그야말로 돈을 쓸어 담는다고 할 정도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고 주식시장에서 시장 가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업계에선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만 치료제 시장에 도전하는 후발주자의 개발 열기도 뜨겁다. 화이자와 아스크라제네카(AZ)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가 경구용(먹는) 비만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한미약품 (304,000원 ▼2,500 -0.82%)유한양행 (97,200원 ▲2,300 +2.42%) 등이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에 동참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GLP-1 관련 비만 치료제뿐 아니라 NASH 치료제 개발도 병행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는다.

최근 일라이릴리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tirzepatide)를 NASH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또 한 번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이 달아올랐다. 실제 NASH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에서 투약 용량에 따라 51.8~73.9%의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NASH는 알코올과 상관없이 많은 지방이 간세포에 축적되면서 염증 반응과 간 섬유화가 일어나는 질환이다. MASH(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로 이름을 바꿔 부르기도 한다. 증상이 악화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다. 전 세계 NASH 치료제 시장은 2030년 3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라이릴리의 임상 2상 성공으로 NASH 치료제 개발 경쟁의 판도가 바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NASH 치료제 개발 경쟁 구도가 GLP-1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단 의미다.

GLP-1의 쓰임새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GLP-1 관련 당뇨 및 비만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노보노디스크는 심혈관질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여러 기업이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선 술이나 담배 중독과 관련이 있단 의견도 나온다.

더 나아가 GLP-1 주사제의 투약 주기를 늘리기 위한 새로운 약물 전달 기술 연구도 활발하다. 국내에선 펩트론 (71,400원 ▼1,800 -2.46%)인벤티지랩 (18,030원 ▼130 -0.72%), 지투지바이오 등이 장기 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 GLP-1 주사제의 투약 주기를 월 1회, 또는 2~3개월에 1회로 늘리면 복용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어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 기대된다. GLP-1을 활용한 새로운 신약이나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기업 간 협업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현,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GLP-1 유사체는 제2형 당뇨병에 이어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데 이어 지방간염 치료 효과도 기대된다"며 "심혈관 질환과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대규모 임상시험도 진행되는 등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준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GLP-1 효능제는 당뇨와 비만 치료제를 넘어 NASH, 심혈관 및 신장 질환, 알츠하이머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만병통치약'으로 거듭나려 한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GLP-1의 다음 주자를 모색하고 있고 후보 물질들의 임상 또한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긍정적인 임상 효능과 계속적인 적응증 확대 가능성으로 인한 폭발적인 GLP-1 수요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공급 문제와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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