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TSMC 위해 뭉친 대만, 삼성 딴지 거는 한국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2.1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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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대만을 지키는 성산(성스러운 산)이죠. 국민 모두가 반도체 1위 기업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최근 대만의 한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고위 관계자가 TSMC의 자국 내 위상에 대해 한 말이다. TSMC는 7만여명의 직원과 수천개에 달하는 협력사 임직원은 물론 언론, 국민, 정계의 아낌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에게 TSMC 경쟁사의 검증되지 않은 소식이나 부정적인 뉴스는 초대형 호재다. 과장·왜곡을 거쳐 대만은 물론 해외 고객사와 언론에까지 여과 없이 전달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대형 투자나 고용 확대를 발표해도 도덕과 윤리, 환경을 빌미 삼은 딴지 걸기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무죄 판결 때에도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경실련·참여연대는 엄벌 촉구 성명을 냈고, 검찰은 이 회장이 해외 출장을 떠난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러는 사이 대만의 언론에는 삼성전자의 최선단(첨단) 공정 수율이 0% 수준이라고 폄하하거나, SK하이닉스가 TSMC와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소식도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된다. 모두 근거가 없는 내용이지만, 대만은 물론 주요 고객사가 있는 미국·유럽까지 기사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퍼질 때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해명이 대만 업계에 먹히지 않는다.



올해 한국 반도체는 부진에서 탈출할 기회를 잡았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시장 규모가 대폭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각각 15조원, 7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반등도 기대된다. 특히 지나친 TSMC 의존도를 우려한 인텔·퀄컴 등 대형 고객사가 국내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문량 소화를 위해 투자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업계가 업황 악화로 타격을 받고 수출 부진에 빠지면서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부각됐다. 그런 만큼 반도체 기업이 무분별한 정쟁과 선동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응원하고 지지가 필요하다.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는 때에, 무엇보다 우리의 일자리를 지키고 생존하기 위해서다.

[기자수첩]TSMC 위해 뭉친 대만, 삼성 딴지 거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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