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익성 악화는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유가격, 수송비 등 비용을 뺀 값이다. 즉 마진이 커질수록 정유사들의 실적이 좋아진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본다. 하지만 국내 4사의 기준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1분기 배럴당 7.7달러에서 2분기 0.9달러로 급락했다가 3분기 7.5달러로 오르고 4분기 4.1달러로 다시 떨어졌다.
이익 날 때 '횡재세' 주장, 실적 악화 때는 쏙이번 정유 4사의 실적 악화로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 명분 약화는 불가피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권에선 정유 4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2022년 이후 "정유업계가 역대급 영업이익을 거뒀다"며 횡재세 도입을 주장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에 추가로 소득세를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정유사에 국민들의 고통 분담을 강제하겠다는 취지였다. 법안도 발의했다. 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소득금액보다 일정 수준 이상 많을 때, 초과금액의 20~50%를 법인세에 추가 납부하는 내용이다.
정유업계는 반발했다. 정치권에서 비교 대상으로 든 미국 등 해외기업들과 국내기업들의 수익구조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에서도 1980년 오일쇼크 당시 유가 상승으로 횡재세를 시행했지만 기업 투자 감소, 석유 공급 부족 등 부작용이 커 폐지한 전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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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해외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원유를 직접 탐사, 채굴해 대규모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국내 정유기업들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 판매하기 때문에 수익 규모가 낮다"며 "해외 기업들과 국내 정유사들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갈 때는 재고평가이익을 보지만 유가가 떨어질 때는 손실을 본다"며 "유가의 등락에 따라 수익성이 왔다 갔다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어 "또 재고평가손익은 회계상 손익이라 이익이 났대도 실제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정유 4사의 수익성은 국제유가, 정제마진 약세에 연동해 크게 악화했다. 지난해 횡재세 논의가 나올 때마다 정유 4사가 주장했던 상황이 현실화됐다. 정유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 한 해동안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유업계가 적자를 냈던 2, 4분기에는 나오지 않았고 흑자였던 1, 3분기에는 나왔다"며 "횡재세 같은 이슈가 실적에 따라 논의됐다가, 논의되지 않는 상황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