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이범호 감독이 2017년 9월 12일 인천SK전에서 만루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현역 시절 이범호 감독이 2017년 9월 12일 인천SK전에서 만루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사진=KIA 타이거즈
KIA는 13일 "이범호 타격코치를 제11대 감독에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 9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의 선임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었던 건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감과 그의 짧은 지도자 경력이었다. 올해 KIA는 탄탄한 타선과 알찬 외국인 선수 보강으로 5강 이상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이라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4년 차 지도자인 이 감독에게 기민한 경기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 KIA도 이 부분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범호 KIA 신임 감독이 13일(한국시간)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게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이범호 KIA 신임 감독이 13일(한국시간)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게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감독 선임 관련 보도자료에는 독특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KIA는 이 감독의 선수 시절을 간단히 요약하면서 말미에 "특히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17개)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실제로 이 감독은 은퇴한 지 5년이 흘렀음에도 2023시즌 종료 시점에서 통산 만루 홈런 2위 강민호(삼성 라이온스·13개)와 상당한 격차로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을 덧붙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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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사령탑에 대한 팬들의 우려에 심재학 단장은 "우리도 그 부분을 많이 걱정하고 신경 썼다"고 이해하면서 "10일에 화상채팅으로 감독 면접을 봤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이 감독의 답변이 있다. 이 감독은 '압박을 받았을 때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수 때부터 압박감을 즐겼다. 감독으로서는 아직 겪어보지 않았으나,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그렇게 크게 긴장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그 대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심 단장뿐 아니라 다양한 구단 관계자가 참여한 이번 면접에서 이 감독은 지금의 KIA에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후문. 현재 KIA 선수단은 지난해 정규시즌 모습을 기반으로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이범호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 만큼 선수들 사이에 체력 관리와 출전 시간 배분 등 감독으로서 신경 쓸 일이 많다. 이 감독은 이걸 더그아웃 분위기와 소통에서 답을 구하려 했다.
심 단장은 "이 감독과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또 있었다. 선수들이 스스로 나를 찾아오게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면담을 많이 하면서 더그아웃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타석이나 마운드에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전혀 눈치를 주지 않고 선수들이 야구를 즐기고 놀이터처럼 뛰어놀 수 있게끔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날(13일) 감독 선임을 마친 심 단장과 구단 관계자들은 급히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장에서 직접 이 감독의 이야기와 선수단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 심 단장은 "아직 이 감독과 심도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서 직접 보고 이야기하려 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대화를 통해 시즌을 구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