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母子의 난', 주총 표대결 간다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02.14 05:30
글자크기

OCI그룹 통합 놓고 갈등격화
장·차남 '경영복귀' 선전포고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한미약품 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내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는 모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이를 반대하는 형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임종윤·종훈 두 형제 측은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 교체 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사장이,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임종윤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직접 경영에 나서려고 한다"고 밝혔다. 결국 형제와 모녀는 다음 달 열릴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모녀와 형제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송 회장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OCI그룹과의 통합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12일 이사회에서 이사진 전원의 만장일치로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별세 후 부과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로 인한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두 형제 측은 통합과 관련해 회사와 가족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형제 측은 지난달 17일 한미사이언스가 OCI와 통합하기 위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심문 기일이 지난 7일에서 오는 21일로 연기된 상황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송 회장과의 특별관계를 해소하며 가족과의 절연을 암시했다.

지난 8일에는 한미사이언스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즉, OCI 통합을 막기 위해 형제가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다.


두 형제 측은 "주주제안의 목적은 단순한 이사회 진입이 아니라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약품 그룹을 경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라며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는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갈등과 관련해 송 회장은 지난 1일 "가족 간의 이견이 다소 발생했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시에 따르면 현재 두 형제 측 지분은 28.4%, 송영숙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은 35%로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다만 두 형제는 송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중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의 경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송 회장 측의 지분이 27%대로 형제 지분보다 적어진다.

또 지분 11.5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이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가에 따라서 승자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