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티니핑' 들고 신난 발걸음…세뱃돈 받은 꼬마손님에 완구거리 북적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2024.02.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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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 골목에 위치한 2층짜리 완구점에 손님이 북적거렸다. /사진=김미루 기자13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 골목에 위치한 2층짜리 완구점에 손님이 북적거렸다. /사진=김미루 기자


6살 남짓 여자아이는 한 손에는 엄마 손을, 다른 손에 자기 다리 길이만 한 '캐치 티니핑' 장난감을 담은 파란 비닐봉지를 쥐고 있었다. 신난 발걸음에 봉투가 다리에 부딪혀도 꿋꿋이 고쳐 들었다.



설 연휴 다음 날인 13일 낮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골목은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로 시끄러웠다.

문구·완구 골목에 있는 2층짜리 완구점에는 10분 동안에만 30여명이 넘는 손님이 찾아왔다. 세뱃돈을 받아 온 아이들은 3~4만원대 장난감도 덥석 집어 들었다. 한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는 큰 장난감 가게가 신기한지 가게 바깥으로 나와 스마트폰으로 가게를 촬영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오전 10시쯤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아이와 시장을 방문한 허선아씨(41)는 "아이들이 물건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가격을 비교하며 세뱃돈을 쓰게 해주고 싶어서 작년부터 왔다"며 "다양한 물건을 아이가 직접 살 수 있어 좋다. 이런 시장이 사라지면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도 아이와 함께 장난감 구경에 한창이었다. 44년째 완구점을 운영해온 송동호씨(67)는 중국 손님을 향해 "신니엔 콰일러!(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우렁차게 인사했다. 중국, 홍콩 등 외국에서 온 손님이 30%는 된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13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에 있는 소품점에서 허선아씨(41)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물건을 구경하는 모습. 이날 아이들은 세뱃돈으로 직접 쓸 물건을 구매했다. /사진=김미루 기자13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에 있는 소품점에서 허선아씨(41)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물건을 구경하는 모습. 이날 아이들은 세뱃돈으로 직접 쓸 물건을 구매했다. /사진=김미루 기자
하지만 과거의 영화를 생각하면 아동인구 감소와 함께 전반적으로 골목의 쇠락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상인회장도 맡고 있는 송씨는 "10년 전에는 부산, 울산에서 학교앞 문방구를 운영하는 상인들이 이 시장에 물건을 사려고 줄을 섰다"며 "이제는 도매 손님이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게는 4~5년 전부터 소매를 늘렸는데 이제는 매출 60%가 소매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문구소매점의 수는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1만8000여개이던 전국 문구소매점 수는 2019년 9400여개로 줄었다. 매년 860개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2019년 이후부터는 이 수치가 통계청 항목에서 제외됐지만 한국문구유통협동조합은 약 8000개 점포가 남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 기준 지난 10년간 0~17세 아동 인구는 918만6841명에서 707만7206명으로 감소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도매에 의지한 문구점은 폐업을 택했다. 창신동 문구·완구골목 상인회에 따르면 120여곳에 달하던 점포 수는 5년 사이 100여곳으로 줄었다. 장사를 접은 곳 대부분이 도매점이다. 이날 '팬시·문구 도매 전문'을 유리에 적어놓은 10평 남짓 문구도매점에 들어서자 사장은 "지금 폐업 중이니 나가달라"고 말했다. 가게 앞 바닥에는 팔리지 못한 색연필, 파스텔, 샤프 꾸러미가 박스째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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