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역대 최대지만… 금융당국 "카드론 규제는 시기상조"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02.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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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군데 이상에서 돈 빌린 다중채무자, 450만명 기록
금융위, 과거 '다중채무자 가이드라인' 준비… 카드론 신규 대출 제한 골자
세부 방안까지 마련했으나 시행 유예… "완전히 폐지한 건 아냐"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채무자들을 정부와 은행, 정치권에서 구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0.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채무자들을 정부와 은행, 정치권에서 구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0.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쓴 다중 채무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금융당국은 새로운 대출 규제 도입엔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4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신규 이용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앞서 마련했지만 잠정적으로 도입을 중단했다.



금융위원회(금융위) 관계자는 13일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대출 제한 규제와 관련해 "지금도 고금리인 상황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며 "이미 다중채무자라면 자금 상황이 어려운 분들이고, 최근 사금융 불법 추심도 문제가 되기에 지나치게 규제를 강화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집계됐다. 다중채무자는 세 군데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차주를 뜻한다.



다중채무자 450만명은 역대 최고치다. 이들의 평균 연체율은 1.5%로 추산됐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평균은 58.4%다. 소득의 약 60%를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사용한다는 뜻이다.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보다 높은 차주의 수도 약 64만명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2021년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책 중 하나로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여신금융협회 모범규준을 개정해 4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신규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카드론이 취약 차주 부실을 대규모로 심화하는 뇌관이 될 우려가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계획대로라면 2022년 1월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행했어야 했지만 계속 미뤄졌다. 그해부터 카드론에도 DSR 규제가 적용되면서 누적 카드론 이용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5000만원을 금융기관 5곳에서 빌리나, 1곳에서 빌리나 한도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DSR로도 다중채무자 대출을 규제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또 본격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서민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카드론은 고금리지만 은행과 비교해 대출 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취약계층이 자주 이용한다. 중·저신용 서민의 급전 창구이기에 이를 무조건 막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2022년부터 카드론에도 DSR 규제가 적용되자 차주들은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과 리볼빙에 몰렸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완전히 규제 방안을 폐지했다기보다는 조금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향후 적절한 시점에서 필요성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규제를 강화한다. 오는 7월부터 저축은행은 다중채무자 대출에 충당금을 30~50% 더 쌓아야 한다. 이에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대출 문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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