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손실 vs 경쟁자 육성…SK하이닉스, 4조 들인 '키옥시아 딜레마'

머니투데이 유선일 기자 2024.02.1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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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덕근(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경기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01.11.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안덕근(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경기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01.11.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의 실적 악화로 이 회사에 투자한 SK하이닉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최근 협상 재개 움직임이 보이는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간 합병을 성사시켜 키옥시아 수익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합병 후 키옥시아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일본의 회계연도 시작 월인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2540억엔(약 2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해당 적자 규모는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발족 후 1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적자 원인으로는 스마트폰·PC용 낸드플래시 수요 저조를 꼽았다.

키옥시아 실적 저조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키옥시아 투자자산 평가손실이 1조4300억원에 달했다. 해당 기간 SK하이닉스의 전체 영업외손실(-2조2200억원)의 절반 이상이 키옥시아 투자자산 평가손실에 의한 것이다. 지난 2018년 SK하이닉스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컨소시엄을 통해 약 4조원을 키옥시아에 투자한 바 있다.



낸드플래시 업황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점에 비춰볼 때 단기간에 키옥시아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업계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간 합병 성사 후 IPO(기업공개)까지 성공하면 SK하이닉스가 기대 이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해 10월 중단됐던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간 합병 협상과 관련해 재개를 위한 물밑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천=뉴스1) 김영운 기자 =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2023.4.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천=뉴스1) 김영운 기자 =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2023.4.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제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간 합병 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31.4%) △SK하이닉스 및 자회사 솔리다임(20.2%) △웨스턴디지털(16.9%) △키옥시아(14.5%) 순이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점유율이 31.4%가 돼 SK하이닉스를 앞서 삼성전자와 필적할 수준이 된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에 대해 동의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키옥시아 투자 4조원에는 전환사채(CB) 1조3000억원이 포함(의결권 지분율 15%)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SK하이닉스 동의가 있어야 합병이 가능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 10월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투자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직 동의를 하지 않았다"며 "반대라는 표현은 쓴 적 없다"고 했다. 또 "더 좋은 방안이나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찬반 여부와 관련해 "기존의 입장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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